[씨네21 리뷰]
금기와 그를 넘어서는 사랑 <사돈의 팔촌>
2016-05-11
글 : 이예지

군 복무 중인 병장 태익(장인섭)은 어린 시절 풋풋한 감정을 품었던 사촌 아리(배소은)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말년 휴가를 나온 태익은 12년 만에 모인 친척들 모임에서 아리를 재회한다. 아리는 12년 전 모습 그대로 스스럼없이 태익에게 장난을 걸지만, 태익은 어린 시절 옥상에 물을 받아놓고 아리와 짓궂은 장난을 치다 서로를 끌어안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태익은 집세를 내라는 어머니의 말에 일자리를 구하다 사촌 형이자 아리의 오빠인 수현의 파티 기획을 돕기로 하고, 그들의 집에서 숙식하게 된다. 함께 지내는 동안 태익과 아리는 서로에게 이끌리며 자신의 감정을 깨달아가고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감정이 깊어질수록 현실의 무게 또한 느껴진다. 이윽고 태익은 휴가를 마치고 군대로 복귀할 날이, 아리는 유학을 떠날 날이 다가온다.

금기와 그를 넘어서는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다. 과거 시절의 표현은 좋다. 어린 시절 친척들의 관계 묘사에 대한 스케치는 리얼하고, 짓궂고 우악스럽게 장난을 치다 성애를 느끼는 어린아이들의 감정선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성인이 된 현재로 넘어와, 마치 12년의 세월이 사라진 듯 두 남녀가 거침없이 스킨십을 하며 장난을 거는 시점부터는 감정선을 따라잡기가 힘들어진다. 태익과 아리가 함께 숙식을 하게 되는 전개는 다소 인위적이고, 시종일관 몸매를 부각시키는 차림새와 도발적인 태도로 태익에게 다가서는 아리의 캐릭터는 작위적인 인상을 준다. 영화는 두 남녀의 감정을 다루기보다는 성적 텐션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중반부는 퍼즐이 빠진 그림처럼 보이고, 몇몇 관념적인 대사는 대사 자체론 아름답지만 서사에 안착하지 못하고 추상적으로 떠돈다. 자신의 감정의 실체를 맞닥뜨리고 방황하는 태익을 연기하는 장인섭의 감정 연기와 더불어, 수미상관을 이루는 후반부 시퀀스는 다시 영화의 리듬감을 살려내며 원래의 풋풋했던 미덕을 회복한다. 전반적인 구조는 안정적이지만 현재 시점의 두 남녀가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세밀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른 청춘영화 <네버다이 버터플라이>(2013)를 연출한 장현상 감독이 각본, 연출, 촬영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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