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하는 행위 예술을 가족의 ‘업’으로 여기는 아버지(크리스토퍼 워컨)와 어머니(마리안 플런킷) 밑에서 누나인 애니(니콜 키드먼)는 꽤 유명한 배우로, 남동생인 벡스터(제이슨 베이트먼)는 소설가로 성장한다. 남매에게 부모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하지만 어이없는 사건에 휘말려 남매는 부모 집에서 한동안 지내야 할 상황에 빠지고, 다시 한번 ‘공연’을 하자고 우기는 부모와 언쟁을 벌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부모가 갑자기 실종되고 남매는 부모가 남겨놓은 흔적을 따라 그들을 찾아나선다.
사실 아버지가 추구하는 퍼포먼스는 ‘몰래 카메라’에 가깝다. 은행 강도를 위장하거나 가짜 쿠폰으로 가게 주인을 속이는 상황을 연출하고 몰래 이 장면을 촬영하는 방식이다. 아버지는 이것이 예술이라고 믿지만 그런 아버지 때문에 남매는 모두 ‘예술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회의에 빠지고 만다. 이런 설정 속에 영화는 영리하게 아버지가 벌이는 퍼포먼스와 실종사건을 뒤섞어 관객으로 하여금 부모를 찾는 남매의 여정에 동참하도록 만든다. 퍼포먼스라고 의심하는 애니와 진짜 실종이라고 믿는 벡스터의 논쟁 속에 영화는 비밀이 밝혀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야기의 긴장감을 꽤 팽팽히 유지한다. 지루한 도식을 허락한다면 이 영화는 ‘살부’(殺父) 서사의 변주에 다름 아니다. 도식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의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지만 오랜 경력을 쌓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모나지 않은 연출력으로 영화는 무리 없이 잘 넘어간다. 벡스터 역을 맡은 배우 제이슨 베이트먼이 연출에 나선 두 번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