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의 시대, 옷은 유행에 따라 쉽게 선택되고 한철 지나면 버려진다. 미나미 이치에(나카타니 미키)가 이끄는 미나미 양장점은 그런 흐름과는 동떨어진 곳이다. 할머니가 만든 마을 사람들의 옷을 수선하기만 하는 이치에는 아오이네 가게 한곳에서만 옷을 전시하고 판매할 뿐 절대로 조모와 자신이 만든 옷을 상품화할 생각이 없다. 다이마루 백화점의 영업사원 후지이(미우라 다카히로)는 미나미 양장점의 옷을 브랜드로 만들려 이치에를 찾는다. 그녀의 완고한 태도에 몇날 며칠 그녀의 주변을 맴돌던 후지이는 미나미 양장점의 철학을 몸소 겪으며 옷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다.
<해피 해피 브레드>(2012), <해피 해피 와이너리>(2014)를 통해 장인의 삶을 소개하며 대도시에선 누릴 수 없는 느린 템포의 생활을 그려냈던 미시마 유키코의 신작이다. 영화는 옷이 소모품으로 전락해버린 패스트 패션 조류에 반해, 인생 마디마디의 흔적이 묻은 옷과 이를 만드는 장인을 극의 중심에 세운다. 유대관계가 살아 있는 마을 단위 생활, 가업을 이으려는 진지한 태도 등 옛것으로 여겨지는 가치들을 포착한다. 특유의 느린 호흡과 소박한 카메라워킹, 극적인 서사보단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결을 살리는 화법은 여전하다. 예상 가능한 구성에 서사의 흐름은 밋밋하지만 영화의 강점은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작은 에피소드들에 있다. 수의를 만들어 달라며 은사가 내민 옷을 정원 손질에 입을 작업복으로 수선해 돌려준다거나 고인이 된 마을 어른의 연미복을 파티장에 세워놓으며 연회를 사랑하던 고인을 추모하는 등 작은 에피소드들이 수수하지만 가볍지 않은 힘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