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밤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장, 올해도 ‘설렘’, ‘울림’ , ‘어울림’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가 열린다. 27개국에서 찾아온 82편의 영화들이 다섯개 섹션으로 나뉘어 관객을 기다린다.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개막작 <2016 필름 판소리, 춘향뎐>이 영화제의 문을 연다.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1961)을 소리꾼 이소연, 손성제 음악감독이 합심해 판소리 무대 공연으로 꾸몄다. 현대적인 사운드로 재해석된 <춘향전>에 귀를 기울여보자.
한국 장편경쟁부문인 창(窓) 섹션에선 두편의 월드 프리미어 작품을 포함한 열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무주에서 처음 공개되는 두편은 김이창 감독의 <어린이 정경>과 김광복 감독의 <사월의 끝>이다. <어린이 정경>은 다양한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여섯 사람이 치유를 위해 모여 시간을 나누는 과정을 그린다. 결핍이 있다고 생각하는 여섯명은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고자 모임을 만드는데 서툰 표현과 예민한 마음은 다시금 서로에게 고통을 안긴다. ‘무주가 발굴한 감독’으로서 2013년 제1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뉴 비전상’을 수상하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이창 감독의 개성 있는 구성, 대상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눈에 띈다. 김광복 감독의 장편 데뷔작 <사월의 끝>은 낡고 음산한 아파트로 이사온 현진과 옆집 소녀 주희, 낯선 동네로 발령받은 주민센터의 박 주무관을 주인공으로 놓고 복잡한 관계망을 짠 스릴러 드라마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교묘한 연출, 인물들의 수상쩍은 행동은 불안과 공포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낸다. 그 밖에도 강석필 감독의 <소년, 달리다>, 최우영 감독의 <공부의 나라>, 박홍민 감독의 <혼자>, 고봉수 감독의 <델타 보이즈>,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 등 다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작품들도 엄선됐다.
판(場) 섹션은 영화의 미학적 지평을 넓힌 국내외 수작 45편을 모았다. <라우더 댄 밤즈>를 연출한 요아킴 트리에의 신작 <오슬로, 8월 31일>은 국내에선 최초로 상영되는 작품이다. 크리스티안 펫졸드의 숨은 걸작 <피닉스>와 아오야마 신지에게 제53회 칸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안긴 <유레카>도 상영된다.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침묵의 시선>, 호소다 마모루의 <괴물의 아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 숀 베이커의 <탠저린> 등 이미 우리를 지나쳐간 명작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다. 아름다운 무주의 등나무 운동장에선 락(樂) 섹션 상영작들을 야외 관람할 수 있다. 두편의 무성영화인 <키드>와 <셜록 2세> 상영중엔 라이브 연주도 함께 진행된다. 숲(林) 섹션 상영작은 덕유산 국립공원 내 숲속 극장에서 단 3일 동안만 만날 수 있다. 첫날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세 영화 <요시노 이발관> <카모메 식당> <안경>이 35mm 필름으로 연속 상영된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직접 무주를 찾아 관객과 만나는 자리도 마련될 예정. 둘쨋날엔 왕가위의 <아비정전>을 35mm 필름 상영으로 볼 수 있다. 끝으로, 길(路) 섹션의 영화들은 직접 관객을 찾아간다. 무주 반딧불시장 원형광장과 안성면 두문마을에 ‘찾아가는 영화관’이 운영된다. 원형광장에선 <트윈스터즈> <산이 울다> <쇼생크 탈출>을 비롯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여섯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두문마을에선 <메밀꽃 필 무렵,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대호> <인생은 아름다워>가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