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씨네인터뷰] “프리퀄, 스핀오프까지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물로 만든다” - <신과 함께> 제작하는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
2016-05-27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지난 5월9일 김용화 감독을 비롯해 하정우, 이정재, 차태현, 주지훈, 김동욱, 마동석, 오달수, 김향기, 도경수 등 배우들과 스탭이 함께하는 <신과 함께> 고사가 열렸다. 국내 최초 프랜차이즈물을 표방한 시리즈의 제작에 앞서 촬영의 무사기원과 모두의 각오를 다지는 자리였다. 덱스터스튜디오와 함께 <신과 함께>를 제작하는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이날 누구보다 상기된 표정이었다. 평소 입던 청바지와 모자 차림 대신 말쑥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그는 단상에 올라 “영화를 자주 만들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며 “오늘 배우들을 보니 정말 이 영화를 잘못 만들면 영화계를 떠나야 한다”며 각오를 전했다. 원동연 대표에게 <신과 함께>는 2012년 개봉해 1200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이후 5년 만의 도전작이다. 본격 스타트를 알린 고사 이후 원동연 대표가 근무하는 충무로 리얼라이즈픽쳐스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에는 <신과 함께>뿐만 아니라 가을 크랭크인을 앞둔 정윤철 감독의 <대립군>의 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무실이 복닥복닥해졌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개봉 즈음에 찾았으니 한참 전이긴 한데 그땐 공간이 상당히 넓었다.

=이제 영화팀들이 들어오니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쓰고 있다. 오랫동안 작품에 들어가지 못햇는데 요즘은 정신없이 바쁘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다음 작품은 진짜 금방금방 만들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새 5년이 지났다. ‘사이즈 큰 영화 하니까 준비기간도 길어야지’ 하고 주변에서 위로해주더라. 솔직히 그사이 남들이 흥행하면 배 아파 죽을 뻔한 적도 많다. (웃음)

-애초 계획보다 제작이 늦어지긴 했다. 김용화 감독이 합류하기 전, 김태용 감독이 꽤 오랜 기간 준비를 해오다 불발된 작품이다.

=시행착오가 많았다. 난 김태용 감독이 쓴 버전도 싫지 않았는데, 문제는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과 너무 달라졌다는 데 있었다. 저승을 간다는 컨셉 외에는 남은 게 없으니 과연 <신과 함께>라는 원작의 타이틀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을까 싶었다. 독립시켜 다른 이야기로 가야 하지 않나 고민이 되더라. 원작의 팬층도 워낙 두터운 작품이라 그 방향성은 가지고 가야겠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용화 감독과는 이미 <미녀는 괴로워>(2006)로 호흡을 맞춘 적 있다.

=처음 제안을 했더니 “형,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는 드라마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대답이 돌아오더라. 같이 작업하면서 보면 항상 그렇더라. 제안하면 한번은 거절을 하더라. 나도 “대한민국에 너 아니면 감독 없냐”라고 응수했다. 김용화 감독이 누구보다 관심 있어 하리라는 걸 알았으니 이렇게 큰소리도 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용화 감독은 현재 영화 제작 종합 VFX 스튜디오인 덱스터스튜디오 대표이기도 하지만 원래 누구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민감한 감독이다. <미녀는 괴로워> 때 특수분장, <국가대표>(2009) 때 스키점프 구현, <미스터 고>(2013) 때 고릴라 CG 등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늘 기술과 이야기를 접목시키는 작품을 추구한다.

-<미스터 고>는 한국 영화산업적 측면으로 볼 때 기술적 성취에 대한 기대가 컸던 작품이지만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다시 대작에 착수하는 데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그건 제작사도 마찬가지고.

=전작이 그런 반응을 얻으면서 김 감독이 차기작으로 조금 작은 영화를 하려고 하더라. 내 생각은 달랐다. 크고 작고를 떠나서 작품은 본인의 욕망이 분출된 상태에서 해야 하는데, 상황 때문에 부담이 덜한 영화로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진짜 하고 싶은 영화인지 고민해보라고 말했다. 처음엔 시나리오를 주니 김용화 감독보다 그와 함께 일하는 스탭들이 더 좋아하더라. 그래서 스탭들을 설득했다. 기획 콘텐츠를 맡은 노은희 프로듀서가 <미녀는 괴로워> 때부터 함께했던 스탭이다. 그래서 ‘너희가 감독을 설득해라’ 한 거다. 원래 김용화 감독 귀가 좀 얇아서. (웃음) 한번 정하면 밀어붙이는데, 정하기까지 영향을 받는 스타일이다. 사실 <미스터 고>의 성과와 별개로 그사이 김 감독이 덱스터스튜디오를 상장하고 중국과 비즈니스도 많아지고, 개인적으로 결혼도 했고, 아기도 갖고. 전작에 대한 고민에만 빠져 있기에는 바쁘기도 했던 터라 너무 비관론에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표방했다. 미리 제작하고 시리즈로 개봉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제작 형태로 볼 때 한국영화로는 새로운 도전이 되는 작품이다.

=원작을 볼 때부터 계획한 일이다. 프리퀄, 스핀오프 같은 형태를 생각했다. 한국영화 시장이 커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물이 없다는 데 대해서 스스로 갈증이 컸다. <신과 함께>의 경우 나와 내 가족 모두가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내세에서도 연결될 수 있다는 개념이 상당히 보편적이고, 범아시아적인 주제라고 봤다(<신과 함께>는 주인공이 저승 세계에서 49일간 겪는 재판과정 동안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충분히 프랜차이즈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최초다보니 두려운 마음도 크다. 처음이니 이정표가 되어야 하는데 잘못해서 앞으로 이런 기획이 없어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제작 규모가 큰 작품을 진행했다가 잘 안 되면서 시장이 위축된 경우도 있지 않나. 동료 영화인이나 후배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제작 규모와 시기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두편을 따로 제작하는 것과는 예산도 공정도 다른 게임이다. 1편에 150억원씩 두편이라는 식의 두배 산출방식은 아닐 것 같다.

=예산 문제는 발표하기에 아직 민감하지만 세트를 다 만들었는데 영화 끝나면 모두 철거한다. 그런데 몇 년 후에 2편 찍으려면 오픈 세트 다시 짓고, 배우 캐스팅도 새로 해야 한다. 새로 세팅을 해야 하니 비용도 배 가까이 들고, 시간도 5년 정도 걸리게 될 거다. 1, 2편 동시에 만들면 초기비용이 줄어드는 거다. 지금의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하기 전에, 기존 투자사와 결렬된 것도 이 부분에서 합의가 잘 되지 않아서였다. 작품의 호응과 수익을 보고 2편에 착수하는 게 투자사 입장에서는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완성된 상태라면 그런 방식으로 찍는 게 오히려 불합리하다. 자신 있는 시나리오가 나왔다면 한번 밀어붙여보자 생각한 거다. 지금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이상무 부문장(영화사업부문)이 CJ E&M에 근무하던 당시 <신과 함께> 초기 단계에서 기획개발비를 픽업한 당사자기도 해서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풀렸다. 2017년 여름에 1편, 2017년 겨울이든 2018년 여름이든 속편을 내놓을 예정이다. 5월26일 크랭크인하고 8개월쯤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 요즘 미술 회의를 계속하는데 지옥, 저승 구현이 상당히 어렵더라. 우스개로 스탭들이 “형님, 지옥 한번 다녀오셔야겠어요” 하더라. (웃음) 지옥을 구현해야 하니 로케이션보다는 세트 분량이 압도적이고, 블루매트 촬영분량이 많아 장비도 어머어마하다. 파워크레인, 모션컨트롤 카메라, 드론 등을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

-원작으로 인한 스토리의 궁금증도 크지만, 역시 앞서 말한 대로 김용화 감독을 필두로 하는 덱스터의 기술력, 저승 세계의 CG 구현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

=냉정하게 말해 <미스터 고>는 업계의 기대와 상관없이 관객이 아동영화로 인식했고, 고릴라가 CG로 야구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성동일이라는 배우는 훌륭하지만 사실 그 영화에 톱배우 캐스팅이 잘 안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는 기획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잘 검토해봐야 한다. <신과 함께>는 우리가 생각하는 적역의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고 그게 잘 진행됐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시행하는 데 중점을 두지만 그로 인해 이야기가 손상을 받아서는 안된다. 이야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겉멋에 불과하다. 그 지점에 대해 절대 명심하고 있다. 어쨌든 비주얼적인 충격은 선사할 예정이다.

-5년간 작품을 하지 않더니 <신과 함께>와 동시에 정윤철 감독의 신작 <대립군>까지 한꺼번에 준비 중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한 사람으로서 <대립군>을 안 할 수가 없더라. 당시에 CJ E&M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제안받았을 때, <신과 함께>를 준비 중이라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거절했었다. 그런데 CJE&M의 김형준 고문이 연락을 해와서, “시나리오나 읽고 말하라”고 하더라. 토요일에 읽고 월요일에 바로 찾아갔다. “제발 하겠습니다” 한 거다. <대립군>을 읽고 그때보다 딱 두배의 충격을 받았다. ‘이 작품을 안 하면 평생 후회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동시에 이 큰 작품을 진행하는 건 부담이라 김용화 감독과도 상의했다. “이거 안 하면 내가 죽을 것 같다”고 하니 김용화 감독도 시나리오 보고 하라더라. 9월에 크랭크인 해서 내년 대선 시즌 즈음에 개봉할 예정으로 준비 중이다.

-<대립군>은 광해군이 임진왜란 당시 도망간 선조를 대신해 분조를 이끌고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다. <광해, 왕이 된 남자>처럼 다시 광해군의 이야기가 바탕이 된다.

=대립군은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군대에 간 백성들을 말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비정규직 이야기다. 리더들이 선정을 베푸는 게 아니라, 무지렁이 민초들이 가족과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이야기다. 그들이 가진 애국심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지금의 우리와도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봤다. 이건 대의를 위한 싸움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희생이 나라를 위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 가치가 무엇인지 그런 의식 없이 싸움에 뛰어들고 희생을 한다. 애국심, 대의라는 말을 하지 않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한 거다. 나는 영화가 관객을 위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대립군은 그런 용기를 주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광해군을 지켰던 호위무사 역에 이정재가, 광해군 역에 여진구가 캐스팅 진행 중이다.-편집자)

-그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서 표준계약서를 만드는 데도 앞장서왔다. 최근엔 그 결실로 영화계에서 표준계약서가 시행되고 있고.

=이번엔 <신과 함께>와 <대립군> 두편을 하면서 굉장히 격세지감을 느낀다. 나도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불과 4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상업영화 스탭들의 개런티가 확실히 올라갔다. 직업인으로서 영화를 업으로 삼아도 되는 거다. 60년대, 70년대생 세대의 프로듀서들이 충무로로 들어오면서 영화계의 산업화, 표준화, 계량화에 힘을 쏟았고 나도 일조했다는데 흐뭇함을 가지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쪽은 내가 아는 분야, 해온 일이다. 체험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해야 작가나 스탭한테 유리한지를 꿰고 있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모색하는 거다. 내가 거창하게 사회정의를 부르짖거나 세상을 구할 수는 없지만, 죽을 때 표준계약서를 만든 사람이라는 설명이 남으면 좋을 것 같다. 그전까지 영화는 직업이다, 영화인이 아니다 생활인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좀 쿨해 보이려고 그렇게 말했던 것 같고 요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영화를 좀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웃음) 이 일을 25년 하다 보니 영화도 내 삶이 된 것 같다. 영화해서 돈 벌고 바쁘니 난 참 복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중견’ 제작자로서 현재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

=극장과의 관계다. 이제 극장도 태도를 조금 바꾸면 좋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극장이 가지던 기존의 절대적인 위치에도 변화가 올 거다. 창작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고 극장이 조금만 더 양보하는 구조가 되었으면 한다. 거시적으로 볼 때 이런 방향이 더 원대한 비즈니스를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제작자 중 꾸준히 SNS 소통을 하고 있다. 늘 웃긴 에피소드가 준비되어 있다. (웃음)

=트위터 팔로워가 12만명이니 영화인 중에는 내가 1등 아닐까. 트위터가 가진 140자라는 제약이 좋다. 제약하에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는 데 도전의식이 생긴다. 프로필에 개그맨 지망생이라고 써놨는데, 나는 웃기는 게 정말 좋다. 그게 사람을 위로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중전(한효주)이 하선(이병헌)에게 왜 이런 짓을 했냐고 물었을 때 “그리하면, 마마님의 웃는 얼굴을 볼 줄 알았습니다”라고 한 말이다. 와이프에게 다시 청혼의 기회가 온다면 이 대사를 쓸 거다. 관객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는 정말 영화로 관객을 웃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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