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평범한 로맨스와 거리를 둔 특별함 <미 비포 유>
2016-06-01
글 : 문동명 (객원기자)

영국의 이름난 연극 연출가 테아 섀록이 베스트셀러 <미 비포 유>를 영화로 옮겼다. 6년간 일하던 카페가 폐업하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 그녀는 가족에게 위로받기 이전에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닦달부터 당한다. 새 직장을 찾던 중 집에서 가깝고 보수도 좋은 간병인 일을 찾게 되고, 면접을 본 그날 바로 채용이 결정된다. 하지만 루이자가 간병해야 할 윌(샘 클라플린)은 2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에게 쌀쌀맞기 일쑤다. 어느 날 윌이 루이자에게 유독 심한 독설을 퍼붓자 루이자는 참지 못해 그의 태도를 따끔하게 지적하고, 그때부터 윌은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던 사이, 루이자는 윌이 존엄사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원작자 조조 모예스가 직접 시나리오를 맡은 영화 <미 비포 유>는 복합적인 요소들을 제대로 안착시켜 나름의 존재를 뽐내고자 한다. 성(城)을 소유할 만큼 어마어마한 부를 자랑하는 집안의 남자와 근면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야만 하는 노동자인 여자에서 ‘신데렐라 스토리’가 엿보이는 와중, 윌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끝내 죽음을 택하려는 점에서 존엄사라는 다소 무거운 화두를 던져놓고 평범한 로맨스와 거리를 둔다. 하지만 <미 비포 유>의 특별함은, 보호하고 보호받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결핍된 가치를 선사하며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 있다. 루이자는 윌에게 삶을 소박하고 씩씩하게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고, 윌은 루이자에게 세상의 좋은 것을 누리면서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는 길을 가르쳐준다. 젠더와 계급은 엷되, 사랑을 경험하며 서로의 뜻을 존중하는 과정이 가장 뚜렷하게 빛난다. 비교적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몇번의 키스 신은 느리고 따뜻하게 찍혔다.

두 주연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 크다. 에밀리아 클라크는 전에 없이 밝은 역할을 갖가지 표정을 동원해 구현한다. 과한 액션보다 루이자 특유의 구김살 없는 성품이 먼저 다가온다. 극단적인 고통을 감내하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샘 클라플린은 죽음을 곱씹고 남겨질 연인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려깊은 남자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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