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거짓을 말하는 것과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 <양치기들>
2016-06-01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연극 오디션에 떨어진 완주(박종환)는 자신을 물 먹이는 교수에게 한바탕 분풀이를 하고선 배우의 꿈을 접는다. 이후 완주는 역할 대행업에 발을 들이며 다른 의미의 ‘연기’를 하고 살아간다. 어느 날 그는 한 중년 여성에게서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피해자의 엄마라는 의뢰인의 간절한 부탁과 모친의 병원비 때문에 완주는 의뢰를 수락한다. 조사 과정에서 그는 본인의 가짜 증언을 토대로 용의자로 지목된 준호(이가섭)가 자신의 단골 횟집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완주는 뒤늦게 진범을 알아내려 동분서주하지만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준호의 무고는 확실해져가고 생각지 못한 사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거짓을 말하는 것과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 모두 진실을 왜곡하기는 매한가지다. <양치기들>은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진실을 가리는 행위가 몰고 오는 파장을 그린다. 남을 속이는 일이 직업인 완주가 도리어 타인의 거짓말들로 인해 살인사건에 깊게 연루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묘사된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영화의 어느 지점부터는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행동과 대사마다 힘이 실린다. 한 청년의 죽음에 얽힌 네 청년의 진실게임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루는 한편, 주인공 완주의 과거와 현재가 맞물린 사건이 함께 전개되며 서사의 결을 두텁게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스릴러의 재미를 능숙히 쌓아올리는 초•중반에 비해 사건의 실마리가 예정된 경로로 쉽게 풀리는 후반부는 평범한 편이다.

배우 박종환은 거짓말을 일삼다가 결국 본인이 거짓말의 덫에 빠지는 현대의 양치기 캐릭터 완주를 매력적으로 소화한다. 완주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 <오늘영화>(2014)의 소심하고도 과감한 남자 종환과 단편영화 <침입자>(2014)에서 예상과 엇나가는 상황에 다급히 응변해나가는 재민을 떠올리게 한다. 박종환 특유의 자연스러운 생활연기가 믿음직스럽게 극을 이끄는 가운데 타인의 빤한 거짓말에 숨겨진 저의를 간파하고서 예민하게 대꾸하는 연기가 특히나 인상적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 연구과정 8기 김진황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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