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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비겁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 <양치기들> 김진황 감독
2016-06-09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김진황 감독은 ‘양치기들’ 네 글자가 정직하게 박힌 티셔츠를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티셔츠 뒷면엔 “거짓말이 나를 잡아먹기 시작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특별한 일 없으면 자주 입는다. 홍보 목적은 아니고 집에 옷이 많지 않아서. (웃음)” <양치기들>은 역할대행업을 하며 살아가는 완주가 살인사건의 가짜 목격자 역할을 의뢰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은 영화다. 김진황 감독은 자신의 거짓말에 발등 찍히는 주인공과 침묵하고 방관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비겁한 태도’에 일침을 놓는다. 김진황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과정 8기 작품이다.

-“솔직함을 원하는 것 같지만 너무 솔직하면 불편한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들었다.

=원래 솔직한 성격이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든 사회생활에서든 솔직함이 마냥 좋은 게 아니더라. 오히려 적당히 포장하고 격식을 차려 얘기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그러다보니 사람들을 대할 때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게 일차적 목적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대화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는 것도 솔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들을 발전시켜서 <양치기들>을 만들었다.

-살인사건의 가짜 목격자 역할을 의뢰받은 완주가 거짓말 때문에 곤란해지는 상황이 쭉 이어질 줄 알았는데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거짓말에 대한 고찰은 침묵과 방관에 대한 일침으로 마무리된다.

=거짓말을 하는 건 침묵하는 것보다 오히려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런 태도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나오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이다. 군대 에피소드의 경우도, 군대 있을 때 선임이 그런 얘길 했다. ‘알고 있는 걸 모른 척하고 모르는 걸 아는 척하면 너의 군 생활은 편할 것이다.’ 그 말은 사회생활에서도 적용되더라. 영화를 통해서 비겁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사건 중심의 영화여도 재밌었을 것 같은데 인물에 더 초점을 맞춘다.

=어떻게 보면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가 <양치기들>의 시발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 영화를 보면, 나데르가 간병인 라지에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사실만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나. 특별하고 거대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인물들의 관계와 딜레마를 통해서 충분히 긴장감을 쌓아간다. 그처럼 <양치기들>도 사건보다 인물이 중심인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대에 먼저 갔다. 일단 군대에 갔다오면 현명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이왕이면 특별한 데를 가자 해서 덜컥 해병대에 지원했다. 입대 3일 만에 ‘내가 철딱서니 없는 생각을 했구나’ 반성했다. (웃음) 제대하고 영화과에 들어갔고,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인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2010)을 보고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최근의 영화 중 최고로 좋았던 영화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와 스웨덴판 <렛미인>(2008)이다. 성향은 다르지만 나에겐 똑같이 울림의 정도가 컸던 영화들이다. 그런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양치기들>을 만들고 나서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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