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영화제] ‘탄생 100주년: 조르조 바사니와 영화’ 특별전
2016-06-15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시골 여인>

오는 6월15일(수)부터 19일(일)까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탄생 100주년: 조르조 바사니와 영화’ 특별전이 열린다. 1916년에 태어나 2000년에 세상을 떠난 조르조 바사니는 이탈리아의 소설가이자 시인, 시나리오작가로서 50년대 이후 이탈리아의 ‘모던 시네마’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조르조 바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골 여인>(감독 마리오 솔다티, 1953), <핀치 콘티니의 정원>(감독 비토리오 데시카, 1970) 등을 포함해 모두 일곱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그리고 16일(목)에는 이탈리아의 소설가이자 조르조 바사니 전문가인 로베르토 파치가 바사니의 작품들에 대해 강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각 영화를 연출한 감독도 모두 다르고 영화의 개성 역시 제각각이지만 1950∼70년대 이탈리아 영화사의 중요한 작품들을 골고루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리고 약간의 상상력만 덧붙인다면 조르조 바사니라는 작가, 혹은 그의 작품이 지향하는 어떤 가치를 유추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거장들의 작품이다. 조르조 바사니가 각본을 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초기작 <정복된 사람들>(1953)은 한국에 소개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살인’을 키워드로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옴니버스영화는 안토니오니의 이름을 들었을 때 바로 떠올릴 <정사>(1960), <밤>(1961), <일식>(1962)과 같은 대표작 이전에 안토니오니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 알려준다. 언뜻 평범한 이야기를 익숙한 영화언어로 들려주는 것 같은 이 영화는, 그러나 당시 젊은이들의 삶에 대한 냉정한 포착과 세밀한 묘사를 바닥에 깔고 있다. 여기에 잠깐씩 등장하는 카메라의 건조한 시선과 도시의 스산한 풍경은 장소와 감응하는 안토니오니 특유의 미장센이 이미 형성 중이었음을 암시한다.

<금테 안경>

또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이다. 감독이자 시인이었던 파졸리니는 바사니와 다른 영화의 각본 작업을 같이 하는 등 이미 교류를 쌓고 있었고, 1963년작 <분노>를 만들 때 바사니에게 내레이터로 참여해줄 것을 제안한다. 뉴스 영상과 신문 등 논픽션 자료를 편집하여 사회 전반에 대해 감독이 느낀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영상만 본다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조르조 바사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덧대어질 때 유럽, 아프리카, 쿠바의 서로 다른 이미지들은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변화에 대한 갈망을 외치는 생생한 감정적 설득력을 얻는다. 원래 파졸리니의 1부와 조반니노 구아레스키 감독이 연출한 2부로 이루어진 영화지만 이번에는 1부만 상영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이번 상영작 중 유일하게 80년대 작품인 줄리아노 몬탈도 감독의 <금테 안경>(1987)이다. 바사니가 1958년에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파시즘의 시대를 살아갔던 어느 유대인 동성애자의 비극적 삶을 그린다. 바사니 자신이 유대인으로서 무솔리니 정권의 박해를 받았다는 걸 떠올려볼 때 작가의 내밀한 목소리를 엿들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의 연기나 음악의 사용 등 멜로드라마의 관습을 충실히 따르는 이 작품은 시대와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물의 우울과 무기력을 잿빛 화면 속에 그리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바사니의 작품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슬픔의 정서가 이 영화에도 짙게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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