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할리우드 ‘레전드 오브 불륜’을 찾아서
2016-06-27
글 : 씨네21 데일리팀

<카사블랑카>

잉그리드 버그만.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스캔들 소식을 접한 후 떠오른 이름이었습니다. 묘하게 이번 스캔들과 반세기 전의 잉그리드 버그만 사건과 닮아 보였습니다. 영화팬이라면 잉그리드 버그만의 이름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 그녀는 ‘세기의 불륜’ 스캔들의 주인공입니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자서전에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성녀에서 창녀가 되었다가 다시 성녀로 돌아왔다. 단 한 번의 인생에서 말이다.”

스웨덴 출신인 잉그리드 버그만은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제작자 데이빗 셀즈닉에게 발탁됩니다. 셀즈닉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제작자로 유명하죠. 네이버 영화에 데이빗 셀즈닉 검색 한번 해보세요. 주옥 같은 영화들이 그의 이름 아래서 제작됐습니다. 그렇게 잉그리드 버그만은 <카사블랑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녀에게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가스등>으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가 됩니다. 이후 그녀는 그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펠바운드>, <오명> 등에 출연했습니다. <오명>에서 그녀는 캐리 그랜트와 함께 주연을 맡았습니다. 히치콕은 당시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감독이었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과 잉그리드 버그만

잉그리드 버그만은 1940년대 중반 극장주들이 흥행성을 기준으로 투표로 뽑은 배우 순위 10위 안에 들 만큼 그의 지위는 확고부동했습니다. 탄탄대로를 걷던 화려한 할리우드의 스포트라이트를 걷어찼습니다. 1947년 뉴욕의 어느 작은 극장에서 본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무방비 도시>와 <전화의 저편>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이 영화들에 깊이 감동받은 잉그리드 버그만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탈리아의 거장 로셀리니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로셀리니씨, 당신의 영화 <무방비 도시>와 <전화의 저편>을 봤습니다.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만약 스웨덴 여배우가 필요하다면, 그녀는 영어는 아주 잘하고, 독어는 아직 잊지 않았고, 프랑스어는 썩 잘하지는 않고, 이탈리아어는 오직 ‘당신을 사랑해’만 알고 있는 배우인데요, 저는 당신과 함께 일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잉그리드 버그만.”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은 네오리얼리즘의 기수로 세계적인 작가 감독입니다. 쉽게 말하면 아카데미 시상식 대신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감독이죠.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상업영화와는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입니다. 편지를 받은 로셀리니의 맨 처음 반응은 “버그만이 누구냐?”였습니다. 곧 버그만의 존재를 알게 된 그는 바로 답장을 썼습니다. ‘이탈리아 말은 오직 ‘당신을 사랑해’(Ti Amo)라는 문장이 포함된 편지의 뉘앙스를 그는 모를 리가 없습니다. 왜냐면 그는 ‘이탈리아 남자’니까요.

“당신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기쁘게도 나의 생일날. 당신의 편지는 가장 멋진 생일선물이었습니다. 난 당신과 함께 영화를 찍을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힘닿는 한 모든 걸 다 하겠습니다. 유럽으로 오겠습니까?

잉그리드 버그만과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

문제는 잉그리드 버그만은 스웨덴 치과의사와 22살에 결혼한 유부녀였던 겁니다. 딸도 있었죠. 로셀리니 감독도 유부남입니다. 할리우드는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자신들이 키운 스타를 이탈리아 그것도 예술영화 감독에게 뺏긴 꼴이니까요. 히치콕 감독도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로셀리니보다 자신이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버그만을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답니다. 일종의 삼각관계라고 볼 수도 있을까요?

이탈리아에서 버그만은 로셀리니 감독과 결국 결혼했습니다. 아들 1명과 쌍둥이 딸을 낳았습니다. 쌍둥이 가운데 이후 배우로 유명해진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스트롬볼리>, <유로파>, <이탈리아 여행> 등 3편의 영화를 촬영했습니다. 물론 버그만이 주연이었죠. 미국에서는 두 사람의 간통을 좋게 보지 않아서 이 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평단의 평가는 달랐습니다. 이 3편의 영화는 현대영화의 포문을 여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상찬받고 있습니다.

<스트롬볼리>

불륜의 끝은 해피엔딩이 아니었습니다. 버그만과 로셀리니는 파경에 이르렀습니다. 로셀리니와 헤어진 버그만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옵니다 복귀작은 <아나스타샤>입니다. 이 작품은 그녀의 두 번째 오스카 수상작입니다. 할리우드의 대중들은 그녀를 다시 받아주었습니다.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스캔들의 주인공인 잉그리드 버그만의 스토리를 간략히 살펴봤습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스캔들과 유사한 지점을 찾으셨나요?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어쩐지 김민희의 얼굴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글은 한창호 평론가가 <씨네21>에 기고한 글 “[한창호의 오! 마돈나] 두개의 별 할리우드 그리고 네오리얼리즘”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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