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사랑, 금지된 사랑, 생이별, 희생, 빈센트 미넬리, 더글러스 서크, 여성영화, 할리우드 고전영화, 전후 이탈리아영화…. 이 키워드들을 이어주는 공통적인 장르가 있다면 그건 단연 멜로드라마일 것이다. 그런데 이 ‘멜로’라는 단어를 프랑스영화에 대입해보면 유독 어색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그건 프랑스영화가 뤼미에르 형제나 멜리에스의 초창기 영화, 20년대의 전복적인 아방가르드 작품들, 전후 누벨바그 세대 작가 감독들의 작품들을 통해 주로 영화사에서 거론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어쩌다 한번 프랑스 멜로를 볼 기회가 생기면 왠지 일식집에 가서 짜장면을 시켜먹는 것 같은 어색함이 든다.
6월15일부터 7월31일까지 파리 시네마테크에서는 이런 고정관념을 확실히 뒤집어엎을 ‘프랑스 멜로드라마 특별 회고전’이 열린다. 시네마테크의 프로그램을 전담하고 있는 장 프랑수아 로제 또한 관객이 느껴봤을 어색함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회고전의 목적은 멜로드라마 장르의 모든 작품을 총망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특별한 장르의 발전을 되짚어보면서, 가끔씩은 멜로드라마 속에서 상당히 과장된 방법으로 다루어진 인간의 정서와 판타지, 감정을 통해 프랑스영화를 접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회고전을 열게 된 이유를 밝혔으니 말이다. 이번 회고전에는 무성영화 <빵을 든 여인>(1923)부터 20년대 아방가르드 감독들이 만든 전복적인 멜로드라마들, 30년대 마르셀 파뇰의 진짜(?) 멜로들(<마리우스> <파니> <세잘>), 그리고 40년대 아벨 강스가 연출한 <잃어버린 천국> <장님 비너스>, 50년대 막스 오퓔스의 <마담 드…>, 60년대 장 뤽 고다르의 <비브르 사 비>, 80년대 프랑수아 트뤼포의 <옆집 여자>와 폴 베키알리의 <로자 장미, 공공의 소녀>, 2000년대 로버트 게디기엉의 <마리-조와 그의 연인들>, 그리고 에마뉘엘 무레의 2013년 작품 <또 다른 삶>이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