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모호한 연애 보고서 <우리 연애의 이력>
2016-06-29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우리 연애의 이력.’ 재기를 노리는 배우 우연이(전혜빈)와 데뷔를 꿈꾸는 연출 지망생 오선재(신민철)가 함께 쓴 시나리오다. 두 사람의 야망이 담긴 시나리오는 그들의 자전적 연애담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이유로 둘은 이혼한 사이지만 집필 작업을 함께하며 모호한 관계를 유지한다. 선재는 연이와 상의 없이 시나리오의 결론을 내리고 제작자를 찾아 나선다. 제작사는 영화의 주연으로 우연이가 아닌 인기 여배우 하이린(황승언)을 내세운다. 연이는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과 선재에게 실망하고 영화 작업에서 하차한다.

영화 제작현장을 배경으로 “이혼했으나 이별하지 못한” 남녀의 사연을 다룬다. 공감하기 쉽지 않은 주인공의 사연에 세심한 설정들을 배치하며 현실감을 입힌다. 이혼 사유를 비롯해 사연을 일일이 밝히는 대신 충분한 공백을 두어 스토리 라인을 깔끔하게 유지한다. 두 캐릭터가 함께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과거 연애 시절이 자연스레 교차한다. 사이가 틀어진 두 주인공이 시나리오의 저작권 문제를 둘러싸고 매 신, 곧 과거 데이트 현장마다 지분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남다른 코미디 감각이 느껴지는 대사부터 연애에 대한 통찰이 느껴지는 대사까지, 각본까지 맡은 감독의 내공이 돋보인다. 주연을 맡은 전혜빈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캐릭터에 넘치는 인간미를 부각할 뿐 아니라 유약한 면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하지만 독창적인 설정에 비해 내용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의 유쾌한 에너지를 지켜내지 못하고 연애에 대한 고찰을 내세우며 무거워지는 점도 아쉽다. 신예 조성은 감독의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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