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리가 움직일때, 비로소 세상은 변화 한다 <로렐>
2016-07-06
글 : 김보연 (객원기자)
<로렐>

베테랑 형사이자 레즈비언인 로렐(줄리언 무어)은 우연히 만난 스테이시(엘런 페이지)라는 젊은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동거인’이란 이름으로 함께 살기 시작하지만 이들에게 곧 슬픈 일이 찾아온다. 로렐이 폐암 때문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다. 자신의 삶을 정리하던 로렐은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힌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스테이시가 가족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로렐은 동료 형사 데인(마이클 섀넌), 게이 인권 활동가 스티븐(스티브 카렐) 등과 함께 이 문제에 직접 맞서기로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피터 솔레트 감독의 <로렐>은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로렐 헤스터의 삶을 기록한 단편다큐멘터리 <프리헬드>(Freeheld, <로렐>의 원제이기도 하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한 공동체와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변화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포착한 연출이다. 이때 <로렐>에서 특히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정치’이다. 이 영화는 한 인간의 삶이 절대 개인적인 요소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자연스럽게 강조한다. 즉, 성정체성이나 신체의 건강은 사적인 영역이지만 내가 원하는 상대와 결혼하는 것은 물론, 연금 수령인을 지정하는 것이나 병가를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환경은 모두 공동체 문제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의 행복을 위해 옆사람에게 말을 거는 시도 자체가 이미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로렐>은 힘주어 말한다.

이때 이 교훈적인 주제를 딱딱한 방법이 아니라 쉽고 흥미진진하게 전하는 화법 역시 <로렐>의 큰 미덕이다. 특히 성소수자의 권리 증진을 위해 정열적으로 로렐과 연대하는 스티븐의 존재는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극의 분위기에 웃음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아가 이 영화가 단순히 로렐이란 개인의 삶을 묘사하는 데에 멈추지 않고 소수자를 둘러싼 사회의 풍경을 그릴 수 있었던 건 스티븐의 역할이 크다. 결과적으로 <로렐>은 한 개인의 특별한 삶을 통해 공동체의 변화라는 보편적 문제를 고민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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