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야생의 차가운 도시 남자 <레전드 오브 타잔>
2016-07-06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난파된 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부모님과 함께 밀림에 남겨진 갓난아기. 곧 부모를 여의고 홀로 남아 유인원의 손에서 길러진 아이. <레전드 오브 타잔>에서 익숙한 타잔 이야기는 회상 장면에서만 잠시 등장할 뿐이다. 영화는 관객이 타잔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전제 아래, 밀림에서 벗어난 뒤 문명사회에 완전히 정착한 타잔에서 출발한다. 그레이스토크 백작이자 존 클레이튼 상원의원이 된 타잔(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은 밀림의 세계를 그리워하지도, 지금의 삶을 낯설어하지도 않는 차가운 도시인이다. 그는 자신을 타잔이라고 부르는 이에게 딱딱하게 말한다. “나는 타잔이 아닙니다. 나는 존 클레이튼 3세입니다.” 그가 풀어지는 순간은 아내 제인(마고 로비)과 함께일 때 정도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콩고를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타잔을 이용하려 한다. 벨기에 왕의 특사 레온 롬(크리스토프 왈츠)은 탐욕을 부리다 위기에 빠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타잔을 밀림으로 끌어들일 음모를 꾸민다.

서사상의 가장 큰 특징은 야생의 삶에서 문명의 삶으로 옮겨가는 기존의 방식에서 방향을 틀어 문명에서 야생으로 역행한다는 것이다. 문명과 야생의 차이를 감지하게 하는 것은 타잔의 변화일 텐데, 정적인 모습이 동적인 것으로 변했을 뿐 그의 정체성 변화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를 야생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문명이며, 이때 문명은 야생과 대조되는 것이 아니라 방식만 다를 뿐 동일하거나 더욱 야만적이다. 필수적으로 보였던 타잔과 야생의 교감 장면은 대부분 생략돼, 그 안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대결이다. 이는 마치 3D 혹은 4DX 관람방식에서의 재미를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이는데, 연속된 대결에서 오는 피로도 또한 상당하다. 피로를 유일하게 덜어주는 이는 아마도 윌리엄스(새뮤얼 L. 잭슨)일 거다. 제인이 밀림에 있던 타잔을 인간 세계로 이끌었다면, 윌리엄스는 망설이는 타잔을 설득해 다시 밀림으로 이끈 인물이다. 제인이 롬에게 발이 묶인 사이 윌리엄스는 그 빈자리를 메우며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한편, 타잔과 의외의 브로맨스를 만든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후반부를 마무리 지은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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