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효종시대, 희대의 천재 사기꾼 김인홍(유승호)은 두둑한 배짱과 수려한 외모로 조선 팔도를 휘젓고 다닌다.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함께 돌아온 보원(고창석), 견이(시우민), 그리고 윤 보살(라미란)과 함께 사기패를 조직해 임금의 내탕고까지 털어먹을 정도다. 한편 조선에서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되는 담파고를 탈취하던 중 당대 최고의 권력자 성대련(조재현)에게 견이가 붙잡힌다. 즐기며 사기 치는 것을 철칙으로 삼던 인홍은 처음으로 동료를 위해 성대련을 향한 인생 최대의 사기판을 준비한다.
목표가 분명한 영화다. <봉이 김선달>은 매력 있는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한바탕 신나는 모험을 선보인 뒤 악인을 징벌하고 통쾌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극장을 나서도록 만들어졌다. 요컨대 여름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코믹 어드벤처물이다. 사실 코미디, 액션, 추격전, 사기극, 활극 등 뭐라고 부르건 상관이 없다. 핵심은 그래서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인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 말초적인 웃음, 액션과 볼거리, 권선징악의 통쾌함 등 보편타당한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데 그 목적과 의도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라 도리어 몰입이 쉽지 않다. 각 장면을 떼어놓고 볼 땐 나름 선명하던 웃음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니 조금만 지나도 지친다.
기계적인 완성도로 따지자면 <봉이 김선달>은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 극의 중심인 김선달 캐릭터는 유승호의 능청스러움을 바탕으로 나름의 개성을 뽐낸다. 중반에 호흡이 늘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할 말 다 하고 보여줄 것 다 보여주며 관객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를 꾸렸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렇게 하면 즐거울 것’이라는 제작자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재미다. 타이밍을 놓친 아재개그를 보는 감각에 가까운 각 요소들이 열심히 기계적인 조립을 반복하며 긴 상영시간을 채우는데, 조립은 매끈하지만 그게 영화적 즐거움으로 이어지는지는 애매하다. 그에 비하면 급작스런 사건 해결이나 성대련, 규영 아씨 등 몇몇 캐릭터의 부조화 등은 큰 흠이 아니다. 쉽고 편하고 지나치게 친절한 기획영화의 전형적인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눈높이를 낮추고 즐기고자 하면 못 즐길 것도 없겠지만 꽤 많은 오글거림을 참아내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