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의 무력함 <잔예: 살아서는 안되는 방>
2016-07-06
글 : 윤혜지
<잔예: 살아서는 안되는 방>

<잔예: 살아서는 안되는 방>(이하 <잔예>)은 땅에 깃든 염(念)을 소재로 한 정통 호러영화다. 독자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공포 소설을 쓰는 작가 ‘나’(다케우치 유코)에게 어느 날 건축학도 쿠보(하시모토 아이)의 편지가 도착한다. 쿠보의 편지엔 집 안에서 무언가 스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나’는 호기심을 느끼고 쿠보가 사는 오카야 맨션을 찾아가 함께 취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카야 맨션이 세워지기도 전인 아주 오랜 옛날, 그 땅에서 일어난 괴이한 일에 대해 알게 된다.

전통적인 일본 호러영화의 범주에서 <잔예>는 퍽 반가운 영화다. 먼 옛날 발생한 비인간적 상황이 원념이 되어 수대를 이어오고 그 고리를 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서 <잔예>의 주된 긴장이 형성된다. 수수께끼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살아 있는 인간의 힘으로는 답을 내놓을 수 없는 무력하고 막막한 상황이 그 자체로 공포를 더해, 잔혹하게 연출된 장면 없이도 보는 이의 시선과 감각을 끈끈하게 붙잡는다. 다만 과거와 현재를 꾸준히 교차시키는 편집은 약간의 피로를 안긴다. 클래식하고 정직하게 호러무드를 조성하는데 그것이 자칫 고루해 보일 수도 있다. 코믹한 인물로 투입된 사사키 구라노스케는 종종 깊이 침잠한 분위기를 산뜻하게 환기한다. <십이국기>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오노 후유미의 소설 <잔예>를 영화화했으며 10여분의 엔딩 시퀀스는 영화에서 새로 만든 장면이다.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가 나카타 히데오 밑에서 일하던 시절, <검은 물밑에서>(2002)의 시나리오를 함께 썼던 스즈키 겐이치가 <잔예> 의 각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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