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마이펫의 이중생활> 이야기들
2016-08-09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마이펫의 이중생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신작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상상해봤을 생각을 컨셉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아침마다 주인과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춘 뒤 집에 홀로 남게 된 반려동물들. 과연 주인 없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지 않나? 하루 종일 대문 앞에서 코박고 나를 기다리는지, 옷장과 신발장을 뒤지며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드는지, 냉장고에서 맛난 음식을 꺼내 먹는지, 밖으로 몰래 탈출을 꿈꾸는 건 아닌지….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 회장이자 이 작품의 제작을 맡은 크리스토퍼 멜라단드리와 감독 크리스 리노드는 아침 식사를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한다.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과거 <슈퍼배드> 시리즈와 <미니언즈> <로렉스> 등으로 주목받은 애니메이션계의 신흥 강자다. “문화와 세대를 아우르며, 관객을 마음으로 웃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들의 새 작품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지난 7월8일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뒤 7월19일 현재 흥행 수익 2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리고 속편이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 애니메이션으로 현재 최고의 개봉주 흥행 수입인 1억400만달러를 기록했다(지난 3월에 개봉한 디즈니의 <주토피아>는 개봉주 750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지난 6월23일부터 이틀간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뉴욕 리버티 스테이트 파크에서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프레스 정킷 행사가 열렸다. 소수의 기자들만 초청받은 이번 행사에는 감독과 프로듀서는 물론 주·조연 배우들도 모두 참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특히 애니메이션인 관계로 각각 목소리를 별도로 녹음했던 배우들은 이번 정킷 덕분에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고. 다음 내용은 이날의 행사를 통해 살펴본 <마이펫의 이중생활>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모았다.

집 찾아 삼만리

반려견 맥스(루이스 C. K.)는 테리어다. 그는 주인 케이티와 함께 뉴욕 아파트에서 전형적이고 안락한 도시 생활을 즐긴다. 센트럴파크를 산책하고, 강아지 전용 공원에서 친교를 맺고, 화재대피용 사다리를 통해 아파트의 다른 반려동물과도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케이티가 남산만 한 잡종견 듀크(에릭 스톤스트리트)를 입양한다. 맥스는 큰 덩치로 자신의 침대마저 빼앗은 듀크를 경계하지만, 동물보호소에서 겨우 입양된 처지인 듀크는 맥스 때문에 다시 주인을 잃고 싶지 않다. 결국 맥스를 어두운 골목에 버리고 도망치려던 듀크는 맥스와 함께 동물보호소 직원에게 붙잡히고, 토끼 스노볼(케빈 하트)의 도움으로 트럭에서 도망친다. 하지만 버려진 반려동물의 우두머리인 스노볼에게 맥스와 듀크는 주인이 있는 반려견이라는 사실이 발각돼 도망치면서 집과는 점점 멀어져간다. 맥스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이웃의 반려동물들은 맥스를 흠모하는 포메라니안 기젯(제니 슬레이트)을 중심으로 구조에 나선다. 과연 맥스와 듀크는 케이티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마이펫의 이중생활>

뉴욕의 가을과 도심 아파트 속의 반려동물

<마이펫의 이중생활> 속의 뉴욕은 많은 영화에서 그려졌던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이다. 가을 느낌이 충만한 이곳은 갈색으로 변해가는 잎새와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반려동물, 그리고 유리성처럼 아름다운 고층 건물로 가득 찬 낭만적이고, 마법같은 풍경으로 묘사된다. 반려동물들의 눈에 보이는 도시는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에메랄드시티처럼 다소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으로 비치는 반면, 반려동물들의 눈높이에 있는 도로와 인도, 하수구 등은 사실적이고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반려동물들의 뉴욕 아파트 생활은 이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주인 없는 아파트에서 각기 다른 층에 사는 반려 동물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이 잔재미를 더한다.

한편 대도시의 고층 빌딩이라는 설정은, 반려동물들이 마치 정글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한 효과도 주고 있다. 영화는 아무리 오랜 도시 생활로 단련된 반려견이라 할지라도 생활하는 범위에서 벗어나면 길 잃기 딱 좋은 곳이 뉴욕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감독 크리스 리노드는 이런 뉴욕의 이미지를 구상하며 <뉴요커> 매거진에 실렸던 장 자크 상페의 삽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멤버들 집합

코미디를 즐기는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의 출연진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질 거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중 팬들은 물론 평론가들로부터도 호평을 받는 맥스 역의 루이스 C. K.와 요즘 “이 사람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에서 잘나가는 코미디언 케빈 하트를 비롯해 코미디 연기로 인정받은 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의 에릭 스톤스트리트와 <아동병원>의 레이크 벨(뚱보 고양이 클로이 역),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의 엘리 켐퍼(케이티 역), <앨런 패트리지>의 스티브 쿠건(골목 깡패 고양이 오존 역) 등이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이하<SNL>)의 전 멤버들과 현 멤버들의 대거 참여다. 퍼그 멜 역을 맡은 바비 모니한을 비롯해 기젯 역을 맡은 제니 슬레이트, 바셋 하운드 팝스 역의 데이나 카비, 매 디베리우스 역의 앨버트 브룩스 등이 바로 그들. 숨은그림찾기처럼 잠깐 보이지만, 맨해튼 전경을 보여주는 장면 중 <SNL>을 선전하는 <빌보드>도 이 작품에선 만나볼 수 있다. 정킷 행사에 참여한 제작진은 정극 배우들보다 코미디 연기에 뛰어난 이들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현실 속에서 이들 코미디언들이 보여준 특유의 개성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시크한 뉴요커의 매력이 돋보이는 루이스 C. K.나 “과거의 로빈 윌리엄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 케빈 하트의 활력이 대단하다.

<마이펫의 이중생활>

<마이펫의 이중생활> 스노볼 vs <주토피아> 홉스

<주토피아>의 주디 홉스가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이상주의적 신참이었다면,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스노볼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년병장이 되겠다. 홉스의 맑디맑은 눈망울을 떠올리다가, 희번덕이는 스노볼의 눈빛을 보면 “반려동물을 버린 사람들을 모두 죽이자”는 구호가 더욱 실감나게 들릴 정도. 주인에게 버려진 뒤 정신마저 이상해진 스노볼은 자신처럼 버려진 반려동물들을 모아 하수구에 아지트를 만들어 ‘반란의 꿈’을 꾼다. 그의 옆에는 문신가게에서 신참 타투이스트들의 연습용으로 사용되다 몸 전체가 문신으로 가득 차 버려진 돼지 타투, 짖지 않고 다짜고짜 물기부터 하는 불도그 리퍼, 행동대원 악어와 도마뱀들이 있다. 특유의 귀여운 외모 덕분에 선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주로 활용되어온 토끼가 <마이펫의 이중생활>에서는 광기로 가득 찬 모습으로 묘사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케빈 하트의 목소리 연기는 이처럼 범상치 않은 스노볼 캐릭터의 매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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