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이 지난주 한 지상파 뉴스에 소개되는 일이 있었다. 보통 모 잡지라고 하거나 제호를 가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예 <씨네21>이라는 제호와 표지 인물까지 클로즈업으로 담고 있었다. 한 멀티플렉스에 취재를 나간 뉴스 기자가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관객과 평론가의 별점(<씨네21>의 별점평)이 ‘정반대’라며 영화에 호평만 늘어놓는 두 시민의 인터뷰를 소개한 뒤, 언제나 스스로 ‘독립영화감독’이라고 소개하지만 정작 어떤 영화를 연출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한 독립영화감독의 멘트도 덧붙였다. <씨네21>에서 <인천상륙작전>에 낮은 별점을 준 기자와 평론가들을 “이념에 빠진 영화평론가”라 말하는 것 같았고, “반공영화라는 자체를 놓고 역사적으로 쭉 뒤져보면 반공영화는 나쁜 영화는 아니에요”라고 마무리했다. 당연한 얘기였다. 역사적으로 쭉 뒤져보면 반공영화가 나쁜 영화라고 하면 끌려가거나 심각한 불이익을 당했을 테니. 그런데 정작 몇년 전 그가 쓴 책에 보면 자신의 위치를 부정하는 것 같은 ‘한국에 독립영화는 없다!’라는 챕터와, 이른바 ‘국뽕 영화’를 겨냥한 것 같은 제목의 ‘한국을 버리면 세계가 보인다’라는 챕터가 눈에 띈다. 응?
한주 차이로 개봉한 <인천상륙작전>(7월27일 개봉)과 <부산행>(7월20일 개봉)의 최종 흥행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나, 현재로서는 전체적으로 <부산행>의 관객 동원률이 더 앞선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지금 이 시대의 대중이 ‘영웅’보다 ‘좀비’에 더 열광하고 있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관객과 평론가의 견해가 ‘정반대’라는 검증 안 된 소리를 하기 전에, 극장가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궁금해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미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부산행>이나 <인천상륙작전>은 물론이고, 이번호 인터뷰를 통해 만난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8월3일 개봉)나 김성훈 감독의 <터널>(8월10일 개봉)까지 제각각 전혀 다른 종류의 영화들처럼 보이지만, 기실 공통적으로 껍데기뿐인 국가 혹은 무능하고 빗나간 공권력에 대한 환멸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네편의 영화가 다루는 사건은, 모두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특히 몇몇 영화에 대해 반복적으로 세월호의 기억이 불려나오는 것은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이 무겁던 차에, 다른 일로 이두용 감독의 반공영화 <지옥의 49일>(1979)을 보면서 그 오랜 해원(解寃)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1950년 6월 어느 날, 군사요충지인 한 섬에 북한군 일개 중대가 찾아와 점령하고, 그들의 폭압을 견디다 못한 섬 주민들이 결사항쟁에 나서는, 그야말로 ‘나 반공영화요’ 하고 외치는 영화다. 북한군은 조폭처럼 행패를 부리고 마을 사람들은 낫과 돌멩이를 들고 게릴라처럼 49일 동안 싸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가는 동안 ‘국군’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이 북한군을 다 제압한 뒤에야 무심한 표정의 국군을 태운 배가 저 멀리 나타나는데, 딱히 섬에 와도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 이두용 감독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자막을 깔아버린다. “누가 뭐래도 우리의 살길은 우리의 힘으로 지키는 길밖에 없다.” 거의 40년 전 반공영화의 ‘클라스’가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