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그저 원 없이 작품을 해보고 싶다” - <부산행> 한성수
2016-08-05
글 : 이예지
사진 : 최성열

영화 2016 <서울역> 2016 <부산행> 2014 단편 <집> 2012 단편 <창> 2011 단편 <핫 코너> 연극 2008 <The Road> 2007 <오이디푸스-섬> <오이디푸스-성>

<부산행>의 수많은 좀비 중 최초 감염자인 승무원 민지(우도임)와 애타게 무전을 하던 열차 팀장을 기억하는가. 그를 연기한 배우 한성수는 <부산행>의 1호 좀비였다. 배우 공유 다음, 두 번째로 캐스팅된 그는 5개월간 좀비 움직임 트레이닝을 받아 교육용 영상을 찍고, 좀비 특수분장의 첫 모델이 되어 많은 좀비들과 스탭들의 살아 있는 교본이 됐다. 긴 무명생활 끝에 관객 앞에 첫 영화 연기를 선보인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전혀 고생스럽지 않고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연상호 감독에게 <부산행> 1호 좀비를 제안받았다.

=깜짝 놀랐다. 연상호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창>, 곧 개봉할 장편애니메이션 <서울역>에서 목소리 연기를 했지만 이후로 잘 풀리지 않아 연기에 대해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서울역>에서 좀비 연기를 할 때, 목소리 연기지만 진짜 좀비가 된 것처럼 내 팔뚝을 물어뜯으면서 몰입했는데, 그게 마음에 드셨던 게 아닐까 싶다. 말라서 좀비 같아 보이기도 하고. (웃음)

-1호 좀비로서 첫 연습을 시작해 좀비들의 ‘교본’이 됐다고.

=정말 즐거웠다. 원래 <나는 전설이다> <좀비랜드> <새벽의 저주> 같은 좀비영화를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좀비영화를 언제 이렇게 크게 해보겠나. 처음엔 나 혼자 박재인 안무가에게 트레이닝을 받았다. 레퍼런스가 될 만한 영화를 섭렵했고, 여기에 ‘본 브레이킹’이라는 뼈마디를 꺾는 춤과 무속춤 ‘부두’의 동작을 참고해 움직임을 배웠다. 이렇게 트레이닝한 움직임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주연배우부터 보조출연자들까지 좀비 교육용 영상으로 활용했다더라. 초면인 마동석선배가 나를 보고는 “어, 좀비!” 하고 반가워하셨다.(웃음)

-<창>에선 말년 병장 역으로, <서울역>에서는 경찰관 역으로 열연한다. 연상호 감독과 세편이나 작품을 함께하고 있는데.

=연상호 감독님은 의리 있는 분이다. 본인이 생각했을때 같이 가야 하는 배우들을 잘 끌어준다. <부산행>을 하면서도 많은 격려를 해주셔서 탈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 (웃음)

-이전엔 연극 위주로 활동했다고.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를 졸업한 후 프로젝트성 극단인 열혈예술청년단에서 연기를 했다. 연극 <오이디푸스-성> 등에 출연했고,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 초청된 이환 감독의 <집> 외 단편 몇편에 출연했다. 연기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연희집단 더 광대’ 등 극단의 무대감독으로 일했고, 지금도 무대감독을 병행 중이다.

-오랜 무명 생활 끝이라 실사영화 데뷔가 감격스럽겠다.

=남들은 오디션에서 100번 떨어졌다고 하는데, 나는 서류에서 떨어지니 오디션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 한해 동안 들어가는 모든 영화에 프로필을 냈는데 말이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고 연기와 점점 멀어졌는데, <부산행>은 터닝 포인트였다. 인터뷰도, 이렇게 메이크업을 받은 것도 난생처음이다. (웃음) 영화가 잘되고 사람들이 잘 봤다고 연락오는 게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차기작은 뭔가.

=열혈예술청년단에서 만나 가깝게 지내는 이환 감독의 <박화영>이 12월에 촬영 들어간다. 명필름영화학교 2기 작품이기도 하다. 불량한 고등학생들 이야기인데, 이환 감독이 처음부터 나를 염두에 두고 쓴 배역이 있다더라.

-앞으로 활동 계획이 무엇인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배우로서의 유명세는 생각지도 않는다. 그저 원 없이 작품을 해보고 싶다. 사람 대 사람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같이 한번 작업하면 계속해서 찾게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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