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같지 않은 무엇, 진정성이라고 표현하면 맞으려나.” <덕혜옹주>의 허진호 감독은 박해일을 두고 진정성을 이야기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속 남자들, <8월의 크리스마스>(1998)의 정원(한석규), <봄날은 간다>(2001)의 상우(유지태), <외출>(2005)의 인수(배용준) 등을 떠올리면 두 사람의 이 뒤늦은 조우가 이상스레 여겨질 정도다. 박해일은 항시 적당히 우울하고 수줍고 솔직한,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에서 박해일이 아니면 안 될 법한 어떤 남성 캐릭터의 전형을 만든 배우다. 데뷔 초의 박해일을 동시에 눈여겨본 두 여성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을 거다. 임순례 감독이 연극 <청춘예찬>(2000)의 고등학생 ‘청춘’에게서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의, 해변의 로커를 꿈꾸는 철부지 고등학생 ‘성우’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리고 박찬옥 감독이 <질투는 나의 힘>(2003)을 구상하며 “20대 후반, 자신을 인정할 수도, 아직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도 못하는 시기. 결핍이 동력인, 누군가의 말대로 ‘질풍노도’의 상태에 있는 그런 남자”를 연상했을 때가 그러했듯이. <나의 독재자>(2014)로 2년 전 그를 만났을 때 박해일은 ‘태식’이란 인물이 “나의 마지막 청춘”일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춘’이라는 말이 어느 한 시기만을 특정하는 게 아니라면, 생의 진실한 시절을 두루 이를 수 있는 거라면, 여전히 그에게 “마지막 청춘”이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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