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흔적도 단서도 없이 이웃이 사라지고 있다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2016-08-17
글 : 윤혜지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전직 형사이자 범죄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다카쿠라(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아내와 낯선 동네로 이사온 뒤 새로운 삶을 꿈꾼다. 다카쿠라 부부는 이웃에게 인사를 다니던 중 옆집 니시노(가가와 데루유키)와 그의 딸 미오(후지노 료코)에게서 찜찜한 인상을 받는다. 다카쿠라는 후배의 요청으로 6년 전 발생한 히노시(市)의 미해결 가족 실종 사건을 조사하며 니시노에 대한 의심을 키운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작스럽게 다카쿠라를 찾아온 미오는 니시노가 자신의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이하 <크리피>)은 마에카와 유타카에게 제15회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을 안긴 소설 <크리피>를 각색한 작품이다. 제목은 음침하고 찜찜한 상태를 표현하는 영어 단어 ‘크리피’(creepy)에서 왔다. 한줄의 대사만으로 평범함과 괴기함을 신묘하게 오가는 가가와 데루유키의 연기는 영화의 섬뜩한 분위기를 살려낸 가장 큰 공이다. 신예 후지노 료코도 선배들에게 밀리지 않고 호연했다. 일반적인 논리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음침한 내면에 주목해왔던 이력을 생각하면 구로사와 기요시가 사이코패스와 범죄심리학자의 대결에 흥미를 가진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 폐허를 연상케 하는 공간들, 신경질적인 사운드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크리피>가 스릴러로서 일상에 도사린 섬뜩함을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나타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정말 ‘크리피’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무난한 스릴러 서사와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통해 현대 일본의 심각한 사회적 이슈들을 녹여낸 방식이다. 이웃과 가족 등 주변인들과의 교류가 드물어진 것, 가부장의 권력이 다른 가족들에게 부담과 압박으로 전해지는 과정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꼭 사이코패스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에 굳이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를 택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구로사와 기요시가 <인간 합격>(1998), <도쿄 소나타>(2008), <해안가로의 여행>(2015) 등에서 보여준 ‘가족의 결속력 문제’, 그리고 <회로>(2001), <절규>(2006), <속죄>(2012) 등에서 표현한 ‘음습한 인간성에 관한 관심’의 장르적 결합으로 보아도 <크리피>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한 결과물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