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마을을 지키기 위한 '카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2016-08-1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이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됐다. <마리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에 이은 이성강 감독의 세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이다. 눈의 여왕인 하탄이 땅속에 묻어둔 거울. 그 거울을 보는 이는 누구라도 영혼을 잃게 된다. 거울은 산산이 부서져 한겨울 눈보라를 타고 세상에 흩뿌려지다 샤무이의 눈에 박힌다. 하탄은 샤무이에게 악마의 거울이 박힌 아이를 사람들이 찾을 리 없다며 자신과 함께 살자 한다. 샤무이를 찾기 위한 오빠 카이와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간만 흘러간다. 어느 날, 하탄의 마법으로 초원이 얼어붙기 시작하자 카이는 마을의 수호신인 강의 정령의 도움으로 하탄을 물리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여정 중에 만난 숲속 친구들과 힘을 합쳐 카이는 하탄의 손아귀에서 가족을 원망하던 동생 샤무이와 조우한다.

원작 동화를 몽골이라는 아시아적 공간으로 가져온 건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드넓은 초원과 너른 호수, 그 위로 솟아오르는 은빛 얼음 조각까지. 여기에 몽글몽글한 물의 정령과 거대한 순록의 등장은 새로운 공간 안에서 만들어진 귀여운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거울호수의 전설’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도 영화에는 이렇다 할 전설도, 카이와 샤무이가 해볼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도 보다 풍성하게 전개되지 못한 채 끝나버린다. 힘 있는 서사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소극에 그친 것 같다. 반대로 그 단순한 전개가 연령의 구애를 받지 않고 편히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서의 호소력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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