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비욘드>의 엔터프라이즈호를 이끄는 세 배우 크리스 파인과 재커리 퀸토, 사이먼 페그가 지난 8월16일, 한국을 찾았다. 우주 최고의 콤비 커크와 스팍을 꼭 닮은 두 배우와의 만남은 마냥 가볍기만 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사뭇 진지한 문답이 오갔다. 물론 유쾌한 농담도 잊지 않은, <스타트렉> 시리즈의 균형감각을 닮은 인터뷰를 전한다.
-그동안 <스타트렉> 리부트 시리즈의 함장은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었다. 수년 동안 똘똘 뭉쳐 일해왔던 제작진 틈에서 저스틴 린 감독은 잘 적응하던가.
=크리스 파인_ 알다시피 저스틴 감독이 우리 중에서 가장 꼴찌로 합류했다. 이미 친할 대로 친해진 팀원들을 지휘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어려운 결정도 단호하게 내리더라.
-이번에는 사이먼 페그와 더그 정이 새로운 각본가로도 참여했다.
=재커리 퀸토_ 사이먼 페그는 본인 출연 분량이 없을 때에도 항상 촬영장에 상주하면서 우리를 지켜봐줬다. 촬영장에 J. J. 에이브럼스가 없다는 건 너무나 큰 빈자리 아닌가. 그 빈 곳을 사이먼 페그가 메워줬다. 배우가 직접 각본도 썼다는 것이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전해줬다.
-커크 함장을 연기하게 된 이후, 당신이 연기하는 다른 영화 속 캐릭터에서 종종 커크가 보일 때가 있다. 당신에게 커크 함장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크리스 파인 커크는 내게 훌륭한 배우들, 많은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줬다. 나는 커크 함장을 연기하기 위해서 수없이 캐릭터 탐구와 연습을 거쳤는데, 요새 들어 나 스스로도 커크 함장과 나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캐릭터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와 나 자신을 더욱 동일시하게 되더라.
-이번 영화에서 스팍은 점점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재커리 퀸토 스팍은 인간과 벌컨족의 양면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캐릭터다.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연기한다. 이번에 스팍이 부상을 당하는데 그러면서 더욱 이중적인 면, 그러니까 인간적인 측면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1960년대부터 인기리에 방영됐던 <스타트렉> TV시리즈는 인권, 여성 운동과 같은 앞선 시대정신을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반영해왔다. 새로 리부트된 3편의 영화는 어떤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고 보는가.
=재커리 퀸토 지금 지구상에는 많은 분열이 존재한다. <스타트렉>은 모두가 단합하며 하나가 되자는 가치를 내걸고 있는 작품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정치사회적으로 보수적이며 민족 중심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집단이 굉장히 많다. 이번 편의 악당도 실은 우리의 연대를 깨려고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개방하고 포용하려는 반대 움직임이 끊임없이 싸워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트렉>은 언제나 인류의 최고 버전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크리스 파인 (한참을 고민하다가) 미국의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기에 방송 사상 백인과 흑인의 첫 키스 신을 끌어낸 게 바로 이 시리즈다. <스타트렉 비욘드>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섬세한 뉘앙스와 그들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현대인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미래에는 너무나 당연하고 정상적인 게 될 것이다. 예술의 의무라는 것은, 그렇게 앞서나가는 인류의 진보한 모습을 지금 바로 캡처해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