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리부트 등 과거 영화를 재단장하는 경향은 몇해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주요한 금맥이었다. 프랜차이즈 시리즈와 더불어 고전 명작을 리메이크한 영화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되었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거대 예산이 투입된 리메이크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이같은 흐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속편 기획까지 동시에 진행하며 기대를 모았던 폴 페이그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는 북미에서 1억2천만달러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쳐, 전세계 수익을 감안해도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홍보에 적지 않은 힘을 기울인 만큼 소니쪽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티무어 베크맘베토프 감독의 <벤허>는 좀더 심각하다. 제작비만 1억달러가 투입됐지만 개봉 첫 주말 1140만달러의 수익을 거둬 북미 박스오피스 6위를 기록, 흥행에 참패했다. 루 월리스의 1880년 소설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를 원작으로 해 1925년 무성영화로 제작된 <벤허>는 1959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리메이크를 맡아 아카데미상 11개를 휩쓸며 고전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두 번째 성공은 없었다. 이후 리메이크영화 제작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매그니피센트 7>처럼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적지 않은 데다 <쥬라기 월드>(2015),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와 같은 성공사례도 있어 리메이크영화들의 공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최근 리메이크영화들의 잇단 흥행 실패는 단순히 명작의 영광을 반복하는 방식의 무분별한 제작이나 판권 경쟁 등 과열된 분위기에 경종을 울린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