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위태로운 두 남녀의 '이상한' 사랑 <사랑에 미치다>
2016-08-31
글 : 이화정
<사랑에 미치다>

시인인 여자는 “날 이렇게 만든 어떤 사건이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원인은 알 수 없다. 시와 랩을 쓰는 남자는 “난 병 같은 거 없다”라며 약물을 거부하고 마리화나를 즐긴다. 평범하지 않은 남녀 카를라(케이티 홈스)와 마르코(루크 커비)가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곳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정신병원이다. <사랑에 미치다>는 일반적으로 조울증이라고 알려진,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는 두 남녀의 ‘이상한’ 사랑을 좇아간다.

조울증에 빠진 특수한 상황의 남녀를 다루고 있지만 <사랑에 미치다>는 역경에 봉착한 두 남녀의 전통적인 멜로의 틀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자신들을 ‘저 먼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믿는 연인은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서로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병원과 부모의 만류에 부딪힌 연인은 결국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과연 이 사회는 둘의 사랑을 수용할 수 있을까? 실제 5년 동안 조울증을 앓았던 폴 달리오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 연출, 편집, 음악 등 다양한 역할을 직접 수행했다. 원제이자 심리학자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의 저서 <Touched with Fire>를 바탕으로, 조울증 환자들이 세간의 편견을 딛고 현실에 안착할 수 있는 방편을 모색해 나간다. 촬영 당시 실제 연인 사이였던 두 배우의 호흡이 좋다. 케이티 홈스의 한층 성숙한 연기와 <우리도 사랑일까>(2011)에서의 로맨틱한 면모에서 벗어난 루크 커비의 강렬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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