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황야의 7인> 리메이크한 <매그니피센트 7> 안톤 후쿠아 감독을 만나다
2016-09-06
글 : 김현수

최근 <스카페이스>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연출자로 거론되고 있는 안톤 후쿠아 감독의 신작 <매그니피센트 7>은 율 브리너와 스티브 매퀸 주연의 서부극 <황야의 7인>(1960)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황야의 7인> 또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리메이크한 작품. 영화사의 걸작에 과연 어떤 색을 덧입혔을지도 궁금하지만 동시에 국내 관객에게는 배우 이병헌이 어떤 역할로 출연하는지 역시 기대 포인트일 터. 그 때문인지 지난 6월15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만난 안톤 후쿠아 감독은 <매그니피센트 7>을 소개하는 내내 이병헌의 이름 발음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촬영장에서는 발음이 너무 어려워 ‘BH’라고 불렀다”는 감독의 소개와 함께 기자들에게 미리 공개한 이병헌의 액션 영상은 영화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매그니피센트 7>은 한적한 마을 로즈 크릭을 착취하며 모략질을 일삼는 악당 보그(피터 사스가드)의 횡포에 맞선 마을 주민들이 용병을 고용해 복수극을 꾸미는 이야기다. 남편을 잃은 엠마(헤일리 베넷)가 과거가 있는 보안관 치섬(덴젤 워싱턴)을 고용하고, 그가 나서서 청부살인업자 조슈아 패러데이(크리스 프랫), 명사수 굿나잇 로비쇼(에단 호크), 암살자 빌리 락스(이병헌), 인디언 전사 레드 하베스트(마틴 센스마이어), 추격자 잭 혼(빈센트 도노프리오), 무법자 바스케스(마누엘 가르시아 룰포)를 모아 팀을 결성한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면면을 보듯, 인종과 성격이 상이하며 떳떳하지 못한 행적을 지닌 인물들이 한데 모여 거사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전해지는 좌충우돌 팀워크가 영화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미리 공개된 10여분의 클립 영상에서는 거사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활력 넘치는 연기대결을 미리 맛볼 수 있었다. 특히 구로사와 감독이 보여준 비장한 원작의 정서보다는 광활한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끈한 복수극에 초점을 맞춘 영화일 거라는 힌트가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이 팀의 리더 격으로 등장하는 덴젤 워싱턴은 무시무시한 심판자로 등장한 전작 <더 이퀄라이저>에 이어 불의에 폭력으로 맞서는 캐릭터를 보여줄 예정이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왜 느닷없이 총구로 세상을 바라보던 서부시대와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에 관한 궁금증은 아마도 덴젤 워싱턴이 연기하는 치섬이란 인물이 스크린에 등장하면 자연스레 해소될 것 같다. 시대를 초월한 선악 대결 속에서 사연 많은 영웅이 벌이는 복수극은 동서남북 어디에서든 인기를 보장하니까 말이다. 그것을 혼자 힘이 아닌 서로 다른 생김새의 영웅들이 함께 도모한다면, 재미는 보장된 거나 다름없다.

“내게 서부극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안톤 후쿠아 감독 인터뷰

-리메이크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

=스튜디오에서 내게 먼저 연출 제의를 해왔을 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황야의 7인>을 포함해 서부극은 내게 친숙한 장르다. 어려서부터 가족과 함께 모여서 보던 영화들이니까. 다만 내가 주연배우로 추천한 덴젤 워싱턴이 못하겠다고 했다면 나도 어찌 될지 몰랐을 거다.

-이제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원작은 물론, 율 브리너 주연의 <황야의 7인>조차 보지 못한 관객이 대다수일텐데.

=각자의 인생을 살던 사람들이 정의를 위해 한마음이 되는, 구로사와 감독 영화 속 사무라이에 대한 의미도 되새길 수 있는 원작의 이야기 뼈대는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원작을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액션 요소를 추가했다. 요즘 시대와 비교하면 7명의 주인공들은 마치 안티 슈퍼히어로같은 인물들이다.

-7명의 멤버를 다양한 인종의 배우로 캐스팅한 의도가 있나.

=7명을 캐스팅할 때 인종에 관한 어떤 의도도 없었다. 그저 역할에 맞는 배우를 먼저 물색했을 뿐이다. 이병헌을 캐스팅한 이유도 그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액션 연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덴젤 워싱턴에게 연락했을 때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캐스팅해놓고 보니 그가 흑인이었다. (웃음)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한 몇몇 액션 영상을 보니 묵직한 복수극에 코믹한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 것 같다.

=이건 공공연한 비밀인데 나는 웃긴 영화를 좋아한다. 어두운 영화만 만들었지만 어릴 때 봤던 코미디 영화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저 즐겁게 만들려고 한 건데, 아주 웃긴 몇 장면이 있다는 정도로만 기대해달라. (웃음)

-CG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아날로그 촬영을 고수했다.

=이번 영화만큼은 CG가 표현할 수 없는 필름의 클래식함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루이지애나주에서 6개월 동안 공들여 거대한 세트장을 지었다. 도중에 태풍을 맞아 재건해야 했을 때에도 끝까지 세트를 지어서 찍기를 고집했다. 배우들이 촬영 내내 말을 타고 연기해야 했던 것도, 애너모픽렌즈를 선택해서 배우들의 클로즈업을 담아낸 것도 모두 같은 이유에서다.

-이 영화는 작곡가 제임스 호너의 유작이다.

=<사우스포>를 함께 작업한 이후 나는 종종 그의 집에서 이번 영화의 캐스팅과 예산 문제에 대해 의논하곤 했었다. 그때마다 그는 이 영화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격려해줬다. 그는 영화를 보지도 못한 채 내게 무려 7곡이나 선물로 남겨줬다. 그는 진정 위대한 예술가다.

-당신에게 서부극은 어떤 의미인가.

=뭐랄까, 달로 가는 우주항로 같다. 웨스턴이라는 공간, 날씨, 구름, 산과 같은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 행동하게 만든다. 내게 서부극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매그니피센트 7>을 본 관객이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나는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이 영화를 여성판으로 기획해보겠다. (웃음)

사진제공 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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