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영화전공] 영화와 방송 후반작업 스페셜리스트 키운다
2016-09-06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국민대학교 정릉 캠퍼스의 여름은 호젓했다. 방학이라 그렇기도 했고, 눈앞에 보이는 북악산의 풍광이 한가로운 분위기를 북돋웠다. 예술관에 다다르니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대학 학과를 모두 아우르는 공간답게 각종 작업과 실습으로 분주한 학생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국민대 공연예술학부 영화전공 12학번 손창대 학생은 영화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동•하계 현장 실습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학교 스튜디오에 촬영을 하러 오는 CF, 드라마 촬영팀 작업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방학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공연한 걱정을 해봤지만 손창대 학생은 오히려 이 프로그램을 국민대 영화전공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본격적인 영화 현장에 들어가기 전에 현장 시스템을 먼저 체험할 수 있다. 장학금 형식으로 보수도 받는다. 영화과 학생들은 방학 중에 영화를 많이 찍기 때문에 규칙적인 아르바이트를 하기 힘든 면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촬영 있는 날에만 나와서 작업을 할 수 있으니 영화작업을 병행할 수 있어 좋다.”

공연예술학부 영화전공 12학번 손창대 학생.

실무형 인재양성 위한 ‘HAL 엔터테인먼트’

국민대학교는 올해 5월, 학교기업 ‘HAL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의 이름을 딴 HAL 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방송, 광고 등의 콘텐츠 제작을 수주하여 학생들과 함께 제작하는 실무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손창대 학생이 참여하고 있는 활동도 바로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기업 설립 이전인 지난해 9월에는, 국민대 영화전공의 교수와 재학생, 졸업생들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 ‘나인 스튜디오’를 세우기도 했다. 예술관 2층에 위치한 이 스튜디오를 활용해 산학 연계 교육과 현장실습을 동시에 진행할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취업 기회까지 제공한다. 스튜디오 시설은 물론 보유한 기자재들은 단연 국내 최고 수준이다. 현재 카메라로는 캐논 5D Mark3 및 렌즈 세트, 소니 EX3를 보유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 중에는 국내 대학 최초로 블랙매직 URSA 카메라 세트를 구비할 계획이다. 편집장비로는 편집용 매킨토시 2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역시 올해 하반기 중 아이맥 5K 12대를 구비해 VFX 및 D.I. 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다. 그 밖에 각종 조명, 음향장비와 촬영에 필요한 기자재들을 포함해 대시사실, 소시사실, 편집실, 녹음실, 세미나실, 영화기자재실 등 다양한 실습 공간을 운용하며 학생들의 창작열에 불을 지피고 있다.

흔히 ‘영화과’ 하면 연출과 촬영 중심의 커리큘럼을 떠올리기 쉽지만 국민대는 영화와 방송의 후반작업, 즉 편집, 사운드, CG, D.I. 분야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김창주 교수가 정식으로 부임하면서 국민대 영화전공만의 색깔이 한층 뚜렷해졌다. 김창주 교수는 <터널> <명량> <설국열차> <끝까지 간다> 등 최근 몇년간 대중의 각별한 주목과 사랑을 받은 작품들의 편집을 도맡아온, 충무로의 베테랑 편집감독이다.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듣기에 그만한 적임자도 없다. “편집 테크닉을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해온 영화 편집안을 보고, 내 경험담을 들려주고, 옛날 영화나 내가 참여한 영화들을 두루 보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직접 편집실 견학을 하고 현장에 투입되면서 배운 것을 몸으로 익힐 기회를 갖는다.

사진제공 국민대학교

영화 전 분야의 근육을 키운다

후반작업에 힘을 실은 커리큘럼이 연출과 시나리오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아쉽지 않을까. “연출과 편집은 밀접한 것 같다. 편집을 두고 제2의 연출이라고 하지 않나. 장면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풍성한 의미들이 창출된다는걸 편집 수업을 통해 알게 됐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손창대 학생은 편집 수업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청강까지 했다고 한다. 김창주 교수 외에도 <나비>를 연출하고 <가문의 영광> <흑수선>의 비주얼 디렉팅을 담당한 김현성 교수가 ‘영화개론’과 사진으로 영상을 구성하는 ‘시네로망’ 수업 등을 담당하고, <영화미학> <시나리오 쓰기의 이론과 실제>를 번역한 이용주 교수가 ‘영화교육론’ , ‘시네마테라피’ 등을 가르친다. 세부적으로 어떤 진로로 향하든 결국엔 ‘영화인’이 될 학생들에게 국민대 영화전공의 커리큘럼은 촬영, 시나리오, 편집, 시각효과 등 영화 전 분야의 근육을 단단히 키워주는 셈이다.

국민대학교 소개

2016년 개교 70주년을 맞은 국민대학교는 전문실용교육 특성화를 목표로 자동차공학, 디자인, IT•BT•NT 등 첨단 기술 분야를 육성해왔다. 국내 최고 수준의 디자인 분야는 첨단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정부 지원과제를 통해 집중 육성되고 있고, 세계 3대 공모전을 제패하며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자동차공학 분야도 자동차공학 전문대학원과 연계된 특성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전세계 200여 대학이 출전한 ‘세계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서 4위를 차지하며 명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특성화’와 ‘차별화’라는 발전 전략은 공연예술학부 영화전공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1998년에 개설된 연극영화전공학과는 2014년 영화전공, 연극전공으로 분리되며 소수 정예 시스템을 구축했다. 영화전공학과는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과 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CK-II)에 참여하여 현장 전문성과 취업 역량을 강화하는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영화와 방송의 후반작업, 즉 포스트 프로덕션을 특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편집, 사운드, CG, D.I. 분야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9월에 설립된 나인 스튜디오와 새로 도입된 최신식 기자재들을 통해 현장에 밀접한 실습 환경을 구축하기도 했다.

수시전형

올해 국민대학교는 수시모집을 통해 1993명을 선발한다. 국민대 영화전공은 영화 실기 우수자 전형으로 19명, 특기자 전형으로 1명을 선발한다. 영화 실기 우수자 전형은 정시전형에서 올해부터 수시전형으로 옮겨왔다. 영화 실기 우수자 전형은 실기 100%를 통해 모집인원의 3배수를 뽑는 1단계를 거쳐, 1단계 성적 30%, 학생부교과 30%, 면접 40%를 합산해 2단계 평가를 진행한다. 1단계 실기는 스토리보드 구성 시험이고, 2단계 면접은 제출 서류를 활용한 심층면접이다. 특기자 전형은 서류평가 성적으로 모집인원의 6배수를 뽑고 1단계 성적 50%, 면접 50%를 반영하는 2단계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영화전공 특기자 전형 지원자격은 최근 3년 이내 국내외에서 공인된 연극, 뮤지컬, 영화, TV 방송 분야에서의 개인상 수상 경력을 가진 자에 한한다.

“집중력이 생명이다”

김창주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영화전공 주임교수 인터뷰

-국민대학교 영화전공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부분이 있나.

=교육 내용으로 보면, 편집이나 CG 등 후반작업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편이다. 아무래도 내가 편집감독으로 영화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 경험을 생생하게 공유할 수 있다. 수업 외에 취업 상담도 하고, 현장스탭으로 일할 기회를 주면서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편이다.

-커리큘럼상의 변화가 있나.

=2학기부터 영화 예고편을 만들어보는 수업을 개설했다. 편집 수업의 연장이다. 작업을 실무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1학기부터 영화교육 인력을 양성하는 ‘티칭 아티스트’ 과정, 아트 디렉팅, 세트 개발, 프로덕션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컨설팅 아티스트’ 과정이 커리큘럼에 더해졌다.

=영화를 공부하러 왔다고 해서 다 영화감독이 될 수는 없다. 교육쪽을 비롯해서 관련된 많은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학생들도 실제로 졸업 후에 영화 현장 말고도 제작사나 배급사 같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영화 실기 우수자 전형에서 진행하는 스토리보드 구성 시험 팁이 있다면.

=말하고 싶은 걸 정확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정해진 법칙이나 틀을 자꾸 훈련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창의성과 통찰력은 순간적으로 집중할때 나온다. 또 시험 참관을 해보면 그림은 잘 그리는데 표현 내용이 주제와 엇나가는 경우가 있더라. 핵심을 짚어내는 게 중요하다.

-면접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면접을 보면 학생이 정말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지가 느껴진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강력한 동기나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 총명함 같은 게 눈에 들어오더라.

-어떤 학생들을 제자로 만나고 싶나.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실력이 중요하냐고? 영화가 어디 실력으로 나오는 건가.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 때문에 영화가 영화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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