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 “시대가 요구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러”를 만들어낸다
2016-09-06
글 : 이주현
사진 : 백종헌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1기 조재희 학생의 말처럼 좀체 “가만히 있질 못한다”. 입학 첫해부터 금쪽 같은 방학 시간을 쪼개 연극 공연을 준비했던 영화예술전공 1기생들은 올해부터 후배들과 함께 연극뿐 아니라 뮤지컬 공연까지 준비하고 있다. 연극팀은 <플라자 스위트> 연습으로, 뮤지컬팀은 <빨래> 연습으로, 영화팀은 단편영화 제작으로 이열치열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과제의 일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연을 올리고자 하는 학생들의 오롯한 ‘의지’가 빚어낸 일이다. 영화예술전공 1, 2기생들이 땀 흘려 준비한 올여름 공연은 9월 숭실대 블루큐브에서 정식으로 선을 보인다.

뮤지컬 준비 중인 학생들. 가운데가 인터뷰에 응한 이지은, 조재희 학생(왼쪽부터).

수평적 교육에서 비롯된 젊고 건강한 분위기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은 2015년 신설됐다. 거의 모든 대학이 영화전공을 축소하는 가운데 당차게 영화교육을 시작했다. 현재 1, 2학년생이 전부인 신생학과지만 학생들의 열정과 패기, 의욕은 상상 이상이었다. 영화예술전공 학생회장이자 연출전공인 1기 이지은 학생은 말했다. “선배들이 없다는 점 때문에 고민도 있었지만 1기라는 건 다시 말해 무엇이든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입학해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선생님들, 동기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많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크다.” 배우, 성우, 비보이, 뮤지컬 안무감독 등 꿈 많은 연기전공 조재희 학생도 비슷한 생각을 들려주었다.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의 설립 취지나 커리큘럼이 내 성향과 잘 맞았다. 1기생 대부분이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공통된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학과의 젊고 건강한 분위기는 수평적 교육에서 비롯되는 듯 보였다. 자고로 소통이 원활한 조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법이다. 선생은 선생의 자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학생은 학생의 자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음으로써 서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일방향적 교육, 수직적 관계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전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이자 <여고괴담4: 목소리>(2005) 등을 연출한 최익환 교수와 <은교>(2012), <4등>(2016) 등을 연출한 정지우 교수가 이런 수평적 교육, 수평적 관계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지은, 조재희 학생은 공통적으로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 소통의 과정은 커리큘럼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은 현장 중심, 실기 중심의 교육을 행하고 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러”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비주얼스토리텔링 워크숍’ ‘디지털필름메이킹1-촬영•조명’ 등의 수업을 듣는다. 2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크리틱 수업이 시작된다. 아이디어 개발, 시나리오 작업, 촬영, 편집 등 영화 제작의 전 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비평까지 아우르는 크리틱 수업은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의 개성과 목표점을 잘 드러내는 교과다. 첫주와 마지막주 강의 때는 모든 교수진과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작품 평가 시간을 갖는다. 그만큼 영화예술전공 구성원들이 쏟는 에너지와 애정의 양이 상당한 수업이다. “밤늦게까지 학교 편집실에 남아서 편집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정지우 선생님이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학생들의 작업물을 봐주시더라.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감독님이라 바쁠 거라 생각했는데 무척 신경을 많이 써줘서 놀랍고 감사했다. 선생님들 덕에 영화가 더욱 가까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지은 학생의 설명이다.

학생이 주체가 되어 그리는 미래

영화란 결국 인간을 탐구하는 예술이다. 그 탐구는 “인간은 모두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최익환 교수님이 ‘인간은 모두 다르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지금의 공부는 그 다름을 끊임없이 이해하는 과정인 것 같다.” 덧붙여 조재희 학생은 “안정적인 권태보다 도전이란 고통을 즐길 각오가 돼 있는 학생들에겐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이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 말했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숭실대에 입학한 이지은 학생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신감도 생기다보니 계속해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숭실대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을까 싶다”고 전했다. 학생이 주체가 되어 영화교육의 청사진을 그려가는 숭실대 영화예술전공. 그 미래는 밝아 보였다.

숭실대학교 소개

1897년 평양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대학 숭실대학교는 2017년에 창학 120주년을 맞는다. ‘통일시대의 창의적 리더’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 2016년 통일부 주관 ‘통일교육 선도대학’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8년 연속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우수대학’으로 선정되었고, 2016년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에 선정되어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인정받았다. 숭실대는 올해 융합특성화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융합적 역량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IT 선도대학으로서 꾸준히 산학협력을 이어가는가 하면, 창업선도대학으로서의 역량도 강화해가고 있다.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숭실대는 최초에서 최고로 도약하기 위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수시전형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은 수시에서 연기전공 16명, 연출전공 20명을 모집한다. 연기전공의 경우, 1단계에서 실기(자유연기)와 학생부가 6:4의 비율로 반영되고, 2단계에서 실기(지정(즉흥)연기)와 학생부교과가 8:2의 비율로 반영된다. 연출전공은, 학생부 교과만으로 1단계를 본 다음 2단계에서 실기(구술면접)와 학생부교과를 6:4로 반영한다. 구술면접 때는 주어진 이미지를 토대로 스토리를 구성하여 구술한다.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9월18일부터 21일까지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iphak.ssu.ac.kr)를 참고할 것.

정지우, 최익환 교수(왼쪽부터).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

최익환, 정지우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 교수 인터뷰

-교수진과 학생들이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다.

=최익환_ 학교의 주체는 학생이다. 선생은 옆에서 지켜봐주고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주 학생들과 회의를 해서 학과의 운영 방식과 예산 운용을 함께 결정한다. 서로 밀접하게 작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커리큘럼을 설계할 때도 이러한 것을 고려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학생들이 서로서로 배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예술교육은 기술교육과 이론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우리는 특히나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과이지 않나. 그건 이론으로 가르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잘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토론하는 과정도 수업의 일환으로 끌어왔다.

=정지우_ 선생과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가 수평적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학생들 개개인이 주체가 되어 무언가를 하게끔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1기 학생들을 뽑을 땐 연출전공과 연기전공을 구분짓지 않았다.

=최익환 2016학년도부터 나눠서 뽑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학은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연출과 연기 전공을 구분짓지 않은 채, 양쪽을 모두 경험해보고 좀더 자기한테 잘 맞는 옷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연출을 잘하려면 연기를 잘 이해해야 되고 연기를 잘하려면 연출을 알아야 한다.

-바라는 인재상은.

=정지우 몸의 직관이 뛰어난 ‘동물들’이 입학했으면 한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고 그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흥미로운 작업을 해나갔으면 좋겠다.

=최익환 동물들이란 결국 감각적으로 예민한 사람들, 몸과 사고가 유연한 사람들일 거다. 그런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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