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무소불위 갑(甲)에 맞서는 변두리 취준생의 통쾌한 역전극 <대결>
2016-09-21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대결>

취업준비생 풍호(이주승)는 ‘현피’(게임, 메신저 등 웹상에서 벌어진 싸움을 현실에서 이어가는 것)의 대가다. 내세울 것 없는 풍호지만 싸움에 있어서만큼은 자신만만하다. 어느 날, 현피에 의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형 강호가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모든 게 현피에 중독된 게임회사 CEO 재희(오지호)의 짓임을 알게 된 풍호는 복수를 결심한다. 재희의 범접할 수 없는 싸움 실력을 확인한 풍호는 재야의 무림 고수 황 노인(신정근)에게 취권을 배우며 최후의 일전을 준비한다.

<잉투기> <소셜포비아>에 이어 ‘현피’ 현상을 소재로 삼은 영화다. 앞의 두 작품에서 현피는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의 실상과 이들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수단이었다면, <대결> 속 현피는 액션을 위해 기능적으로 쓰일 뿐 생산적인 의미를 이끌어내진 못한다. 주인공은 취업준비생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대목은 많지 않다. 대기업 CEO로 설정된 악역 재희 또한 권력을 이용해 갑질을 한다기보다 순수악으로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정의는 승리한다’는 식의 주제보다는 형제의 복수 서사에 초점을 둔 인상을 받는다. 영화는 무도 수련 과정, 캐릭터의 성격까지 성룡의 <취권>과 똑 닮았다. 코미디 또한 익숙한 문법으로 전개되지만, 스릴러 톤의 영화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삽입된 점이 매력으로 느껴진다. 대결의 한축을 맡은 오지호가 악을 과시하는 듯한, 정형화된 악역 연기로 일관한다면 다른 한축의 이주승은 투지로 가득한 청년의 얼굴을 바탕으로 현실에 맞닿은 액션과 드라마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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