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가 돌아왔다. 곧 43살 생일파티를 앞두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비좁은 계단을 등반하듯 올라가야 하는 꼭대기 집에서 변함없이 잘 살고 있다 여긴다. 피부는 점점 처지고 더이상 스키니진을 소화할 수 없는 몸매가 되어 30대 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음을 느끼지만 애써 부정하려 한다. 하지만 이젠, 언제든 그녀의 편이 되어주었던 친구들도 더는 문자 한통에 만사 제쳐두고 달려오지 않는다. 모두 가족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크(콜린 퍼스)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가 이혼 소송 중이고, (휴 그랜트가 연기했던) 편집장 클리버는 비행 중에 사고를 당해 장례식을 치른 상태다. 브리짓은 광란의 밤을 즐기기 위해 록페스티벌에 갔다가 낯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다. 이혼 소송 중인 마크와도 자주 마주치게 되면서 그와의 인연 또한 다시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을 품는다. 또다시 삼각관계가 시작되려는 순간에 결국 일이 터지고 만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시리즈 3편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브리짓의 임신이다. 30대 싱글 여성의 유쾌한 연애보고서 같았던 두편의 전작에서 십수년이 지난 지금, 영화는 브리짓에게 임신과 출산이라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물론 그럼에도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벌어지는 고민도 함께 말이다.
‘지금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야말로, <브리짓 존스> 시리즈가 그간 전해준 가장 따뜻한 선물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브리짓 자신이 어떤 매력을 지닌 인물로 나이 들었는지를, 전작에 비하면 발견하기 어렵다. 예비 엄마 브리짓의 고민에 대해선 조금 소홀하게 다루고 있고, 대신 누가 진짜 아빠인지 알려주지 않은 채로 두 남자 주인공의 ‘더 나은 아빠 되기 경쟁’을 부추기면서 웃기려는 코미디 전략이 예상보다 많이 유치한 게 문제다. 영화의 구성 또한 간단한 에피소드 위주의 나열로 편집된 탓에 드라마가 쌓여 감동을 증폭시킬 여지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