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제주 해녀들의 마음의 소리 <물숨>
2016-09-28
글 : 이주현
<물숨>

<물숨>은 제주 해녀들의 가슴에 가만히 청진기를 대고 그 마음의 소리를 채집한 다큐멘터리다. “제주에는 4500명의 해녀가 있고, 우도에만 340명의 해녀가 산다.” “이곳의 여인들은 글보다 물질을 먼저 배운다.” 친절한 내레이션을 따라 우도 해녀들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도 알게 된다.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뉜 해녀들의 엄격한 계급이라든가, 그 계급을 결정하는 것은 숨이고,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다든가 하는 이야기.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 숨을 깊이 참을 수 있는 해녀들은 상군으로 분류돼 깊은 수심까지 들어가 전복도 따고 고기도 잡는다. 하군은 상군이 될 수 없고, 제아무리 상군이라도 제 숨을 다스리지 못하면 바다에서 눈을 감을 수도 있다. 제목인 ‘물숨’은 자신의 숨을 넘어서는 순간 먹게 되는 숨, 다시 말해 “잘라내지 못한 욕심의 숨”을 뜻한다.

제주 출신 고희영 감독은 7년 동안 우도 해녀들을 밀착 취재해 <물숨>을 만들었다. 감독은 해녀들의 삶을 스케치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을 살게도 만들고 죽음의 문턱에도 이르게 만드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녀들의 삶을 기록하는 동안 마주했을 안타까운 죽음들이, “바다에 가면 욕심이 생긴다”는 해녀들의 말이 욕망을 고찰하게 만들었으리라. <물숨>의 아쉬움도 그 욕심에서 비롯된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 너무 많은 것을 들려주고 싶었던 욕심을 영화는 채 버리지 못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의 송지나 작가가 각본을 썼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양방언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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