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모두에게는 다 약점이 있는 법이다 <맨 인 더 다크>
2016-10-05
글 : 허남웅 (영화평론가)
<맨 인 더 다크>

거액을 숨긴 노인이 있다. 인적이 드문 집에서 혼자 산다. 무엇보다 앞을 보지 못한다. 딱 한번 눈감고 이 집을 털면 인생역전을 할 것 같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10대 빈집털이범 록키(제인 레비)와 알렉스(딜런 미네트)와 머니(다니엘 소바토)는 각자의 이유로 한탕을 준비한다. 머니는 도둑질이 그냥 생활인 친구다. 반면, 록키는 딸과 함께 누추한 디트로이트를 떠나 캘리포니아에서 새 출발을 꿈꾼다. 록키를 사랑하는 알렉스는 그녀의 간절한 요청에 못 이겨 합류한다. 이제 실행에만 옮기면 끝. 거액을 손에 넣으려던 순간, 노인이 잠에서 깨어나고 예상치 못한 반격을 가해온다.

<맨 인 더 다크>는 <이블데드>(2013)의 성공적인 리메이크로 공포물 연출에 일가견이 있음을 멋지게 증명한 페데 알바레스 감독의 신작이다. 핏빛 난무한 고어 이미지로 <이블데드>를 완성한 페데 알바레스는 이제 공포물의 전형적인 플롯을 비트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보이고 싶었다. <이블데드>를 비롯해 단편 시절에도 함께했던 작가 로도 사야구에스와 페데 알바레스는 캐릭터 설정의 기준 하나를 잡았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관객이 헛갈려할 만한 설정을 영화 끝까지 밀어붙일 것. 이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이가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할리우드 공포물의 공식을 깨려는 의도였다. 그에 걸맞게 전쟁 참전 경력이 있는 눈먼 노인은 신체적인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집을 털려는 10대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선보인다. 일방적인 피해의 대상으로 보이던 노인이 가해자로 돌변하는 순간, 관객은 누구의 입장이 올바른지 혼란에 빠진다. 시궁창 같은 현실을 탈출하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그럼 앞을 못 본다고 범죄에 노출된 노인의 처지는 안쓰럽지 않나. 모두에게는 다 약점이 있는 법이다. 노인이라서, 여자라서 쉽게 봤다가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마련이다. <맨 인 더 다크>의 원제처럼 ‘숨도 못 쉬는’(Don’ t Breathe)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맨 인 더 다크>는 인상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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