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6일 개막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뉴커런츠 부문의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의 <컴, 투게더> <분장> 등 많은 독립영화들이 첫선을 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이며 국내에서 독립영화가 첫선을 보이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에, 다른 독립영화보다 행복하게 관객과 첫 만남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들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독립영화 중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 김진황 감독의 <양치기들> 등은 영화제 이후 개봉을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되며 넷팩상과 올해의 여자배우상을 수상한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 <지슬>을 만든 오멸 감독의 신작이자 CGV아트하우스상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수상한 <눈꺼풀>, 시민평론가상과 올해의 남자배우상을 수상한 박홍민 감독의 <혼자>, <폭풍전야>의 조창호 감독의 신작 <다른 길이 있다>, <이방인들>의 최용석 감독의 신작 <다른 밤 다른 목소리>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영화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개봉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곽상도 의원이 영화진흥위원회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영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2015년 다양성영화를 상영한 횟수는 전체 상영횟수 대비 각각 9%, 7%, 8%에 불과했다고 한다. 다양성영화 통계에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뿐 아니라 <뮨: 달의 요정> <눈의 여왕2>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3> <고녀석 맛나겠다2> <더 라스트: 나루토 더 무비> 등 애니메이션영화도 포함되며 이런 영화들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비해 더 많은 상영횟수를 보장받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한국 독립영화가 상영되는 횟수는 전체 회차의 1~2% 남짓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영화가 영화제 등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은들 개봉을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조건에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그렇다고 미래를 포기할 순 없다. 현실의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야 하며 대안을 찾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독립영화인들이 지금과 다른 미래를 상상하며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실험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영화를 위해 도전하는 독립영화들이 늘어날 때 한국영화는 보다 건강하고 풍성해질 것이다. 진심으로 그런 미래를 만나고 싶다. 그동안 글을 읽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