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일까. 그들의 음악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 한 데뷔 이후부터 지금을 포함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빛나고 생기 넘치는 공연들이 있다. 비틀스는 1962년 6월부터 1966년 8월, 투어를 종료할 때까지 전세계 15개국 90개 도시에서 총 815회의 공연을 했다.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이하 <비틀스>)는 그 공연의 여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당시 공연 영상과 자료 화면 인터뷰를 재구성하는 이 프로젝트의 총지휘는 론 하워드 감독이 맡았다. 그가 비틀스를 만나고 공연의 열기를 되살리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물었다.
-비틀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
=비틀스의 회사로부터 비틀스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제의가 왔다. 올리비아 해리슨과 오노 요코도 동의했다. 너무나 기뻤지만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비틀스에 대해 이미 훌륭한 자료들이 많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별히 투어에 초점을 맞추어 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젊은이들의 서바이벌 스토리처럼 느껴졌고 그들의 음악이나 그들이 살았던 세상, 그들이 팬들에게 어떠한 의미였는지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멋진 미공개 영상들도 있었다.
-팬들과 방송국, 국립자료원 등에서 수집한 영상에서부터 비틀스 멤버들의 개인 소장 자료까지 100시간이 넘는 분량의 미공개 영상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들었다. 공연 실황만을 옮겨 담는 게 아니라 비틀스의 음악 창작 작업 과정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기존에 비틀스 영화는 많았지만 이와 다른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비틀스를 따라가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 노력했다. 사실 기존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개선된 기술 덕분에 수월했다. 그보다는 새로운 인터뷰를 촬영하는 게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기존의 인터뷰 영상을 먼저 분석했고 라이브 인터뷰에 표출된 감정이나 아이디어를 고려해서 일관된 맥락을 가질 수 있도록 자료를 골랐다.
-다큐멘터리에 담긴 시기에 작곡하고 발표된 비틀스의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말해달라.
=말하기 어렵다. 그들의 음악을 접하면 접할수록, 얼마나 많은 영화에 얼마나 훌륭하게 그들의 노래가 사용되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도 굳이 작품에 포함된 노래 중에 꼽으라면 <Help!>를 꼽겠다. 이 곡은 비틀스의 자전적인 노래로 인기가 절정에 이르며 자신들의 인생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게 된 시기에 쓰인 곡이다. 비틀스가 정치적인 상징이 되어가고 있을 때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썼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담았다.
-제작을 맡는 작품까지 놓고 보면 관심 주제, 장르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당신은 언제나 실화, 적어도 실화에 가까운 사실감을 강조해왔다. 당신이 특정 소재에 끌리는 과정이 궁금하다.
=사실을 소재로 한 내 첫 영화는 <아폴로 13>(1995)이다. 평소 역사나 심리학, 사회과학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아주 즐거운 작업이었다. 댄 브라운의 미스터리 소설을 영화화한 <다빈치 코드>(2006), <천사와 악마>(2009)나 곧 개봉할 <인페르노> 같은 픽션도 즐기지만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소개하는 것 역시 무척이나 즐겁다. 다만 사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화를 시작한 후 15년 정도 지난 후에야 가능했던 것 같다. ‘진짜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서는 픽션을 다룰 때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런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진실이라는 핵심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