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생을 마감한 장순(이영란)은 혼자 남게 될 딸 이정(박규리)이 걱정돼 딸과 함께 키우던 반려묘의 몸에 들어간다. 어느 날, 이정의 옆집에 고양이와 교감하는 능력을 가진 청년 나비(서준영)가 이사 온다. 나비는 이정의 반려묘에게서 단번에 장순의 영혼을 발견한다. 나비와 이정은 반려묘를 돌보다 가까워지고 곧 연인 사이가 된다. 하지만 그들의 다복한 생활도 반려묘가 암 진단을 받으며 위기를 맞는다. 장순은 선하고 듬직한 나비를 믿고 이제 그만 고양이의 몸에서 떠나려 한다. 나비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장순와 이정의 담담한 이별을 돕는다.
제목만 보면 연인의 이별담을 떠올리기 쉽지만 영화는 부모와 자식, 반려동물과 주인 사이처럼 보편적 차원의 이별에 대해 말한다. 생활 구석구석에 묻은 망자의 습관과 취미, 살던 곳을 맴돌다 새로운 가족을 만난 유기묘의 사연 등 영화에는 애상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하지만 유쾌한 성격의 캐릭터들과 이들이 빚어내는 크고 작은 소동들 때문에 작품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장순과 나비 캐릭터를 시작으로 이별의 순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영화 전반에 묻어 있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반려묘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인물들이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에 할애된다. 그 과정은 자연히 엄마와 딸의 이별과 포개어진다. 하지만 모녀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엉뚱한 사건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이면서 서사가 헛도는 인상을 준다. 독특한 소재가 지닌 매력을 초반부에 모두 드러내버린 후, 예상된 경로로만 사건이 전개되는 점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