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숲의 전경을 비추며 시작된다. 숲의 이모저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는 남자가 있고 그의 말을 들은 뒤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지는 남자가 있다. 그런데 이들은 이미 숲에 있다. 짐작대로 한 남자는 앞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곧이어 관객은 앞을 보지 못하는 이에게 열심히 설명해주던 남자가 근육병을 앓고 있어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앞을 보지 못하는 남자와 전신이 마비된 남자. 이동우와 임재신. 그들은 친구다. 영화 <시소>는 제주도로 함께 떠난 이 두 남자의 여정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연예인과 평범한 가장으로, 서로 전혀 다른 삶의 행로를 걸어오던 두 사람이 친구가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어가면서 딸의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던 이동우에게 임재신이 전화를 걸었고, 자신의 눈을 기증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자신의 신체 중 유일하게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눈을,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기증하겠다는 임재신의 마음 씀씀이는 장애를 얻은 뒤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이동우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바꿔놓았던 것 같다. 두 사람의 제주 나들이는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대사와 그런 그들을 관조하는 듯한 제주도의 광활한 풍경으로 채워진다. 인물의 삶을 현실감 있게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의 역할과 기능을 생각해보았을 때 지나치게 정돈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인생의 가장 어려운 변곡점을 돌아 다시 제자리에 선 두 인물이 “우리 같이 삽시다. 항상 같이 삽시다”라고 되뇌는 장면만큼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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