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영화제] 프렌치 시네마 투어 2016
2016-11-16
글 : 송경원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프렌치 시네마 투어 2016’이 열린다. 11월1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7개 도시의 CGV(CGV압구정·명동·서면·대전·광주터미널·오리·대구·천안펜타포트)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채로운 장르와 개성을 갖춘 작품 1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칸국제영화제 수상작을 포함해 빼어난 완성도와 색다른 재미를 선보이는 10편의 영화는 어느 한편 놓치기 아쉬울 정도다. 토마 비드갱 감독을 비롯해 여러 게스트들도 내한하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facebook.com/frenchcinematou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

감독 브루노 뒤몽 / 2016년

1910년 프랑스 해변 마을 슬랙 베이에서 여행자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슬랙 베이를 찾은 형사는 마을에 살고 있는 부르주아 가족과 어부 가족에게서 수상한 점을 느낀다.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귀족 집안의 딸과 어부의 아들이 사랑에 빠지고 불가사의한 일이 연이어 일어난다. 한마디로 고급스런 악취미다. 형이상학적인 주제와 심미적 화면에 집중하던 브루노 뒤몽은 2014년 TV미니시리즈 코믹극 <릴 퀸퀸>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슬랙 베이…>는 <릴 퀸퀸>의 연장에서 더 나아가 한층 혼란스러운 익살을 선보이는 블랙코미디다. 풍자, 드라마, 로맨스가 이음매 없이 뒤섞여 난장을 놓는 이 영화는 난잡한 전개와 원초적인 반응을 응집시켜 기이한 쾌감을 자아낸다.

<퍼스널 쇼퍼>

<퍼스널 쇼퍼>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 2016년

파리에서 유명인사의 의상을 담당하며 퍼스널 쇼퍼로 일하는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은 영적인 존재와 교감하는 능력을 지녔다. 쌍둥이 오빠의 죽음으로 힘겨워하던 그녀에게 의문의 문자가 오고 불안은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에 이어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2016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미스터리와 호러,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시종일관 인물의 욕망과 불안에 포커스를 맞춘 채 안개처럼 옅은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간다. 느린 만큼 섬세하다.

<마이 골든 데이즈>

감독 아르노 데스플레생 / 2015년

아르노 데스플레생 감독의 <나의 성생활: 나는 어떻게 싸웠는가>(1996)의 프리퀄이랄 수 있는 영화다. 마티외 아말릭이 다시 한번 나이 든 폴 데달루스 역을 연기했다. ‘내 청춘 시절의 세 가지 추억’이란 원제 그대로 주인공 폴이 자신을 스쳐간 세 여인에 관한 추억을 되새기는 이야기다. 과거는 아련하게 그려지지만 청춘의 불안과 방황을 그저 아름답게 채색하지 않은 점이 도리어 몰입을 돕는다. 간간이 터지는 유머 코드도 사랑스럽다. 프랑스의 대배우 마티외 아말릭의 존재감과 그에 밀리지 않는 신예 배우들의 로맨스의 절묘한 앙상블이 특히 인상적이다. 풋풋하고 애틋하고 안타까운 청춘의 기억을 구구절절 잘 녹여낸, 기억해도 좋을 수작이다.

<에이프릴과 조작된 세계>

감독 크리스티앙 데마르, 프랑크 에킨시 / 2015년

과학자들이 잇따라 납치된 후 석탄과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스팀펑크 장르의 애니메이션이다. 에이프릴은 불사의 약을 개발 중이던 부모가 납치된 후에도 연구를 이어받아 진행 중이다. 어느 날 정체불명의 세력으로부터 납치 위협을 받은 에이프릴은 이들의 음모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2015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그래픽노블 작가 자크 타르티의 그림을 원안으로, <페르세폴리스>의 JSBC 프로덕션이 제작했다. 북미 애니메이션이나 기존 스팀펑크물과는 또 다른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애니메이션 강국 프랑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작화의 완성도도 놀랍다.

<쇼콜라>

<쇼콜라>

감독 로쉬디 젬 / 2015년

19세기 말 벨 에포크 시대, 프랑스 최초의 흑인 광대 ‘쇼콜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피부색 때문에 ‘쇼콜라’란 별명을 얻은 광대와 그를 발굴하고 서커스의 길을 알려준 푸티트의 여정을 담았다. 아이디어 넘치는 푸티트와 그걸 생동감 있게 소화해내는 쇼콜라 콤비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만 대중 앞에 나서는 쇼콜라의 유명세가 커질수록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의 씨앗도 커져간다. 쇼콜라 역에 오마 사이, 푸티트 역에 제임스 티에레가 열연을 펼친다. 서커스 무대의 마술적인 비주얼이 우선 눈길을 사로잡지만 성공과 방황, 갈등과 배신, 그리고 예술을 향한 열정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이고 탄탄한 드라마가 더 인상적이다.

<카우보이>

<카우보이>

감독 토마 비드갱 / 2015년

존 포드의 <수색자>(1956)를 연상시키는 건 사라진 딸을 찾아나선다는 설정 때문이다. <수색자>와 다른 점은 서부극이라기보다는 감독 토마 비드갱이 꾸준히 집중해온 문제, 이민자와 이방인들에 관한 좀더 폭넓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알랭은 딸 켈리가 모슬렘과 함께 도망쳤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예멘, 시리아 일대를 수색한다. 시간이 흘러 알랭의 아들 조지가 아버지가 찾지 못한 누나를 찾아 시리아로 향한다. <예언자> <러스트 앤 본> <디판>의 시나리오작가 토마 비드갱의 감독 데뷔작으로 서부극의 틀을 빌려와 유럽 사회의 문화적 편견과 보이지 않는 장벽에 일침을 날린다. 건조하고 어두운 화면들이 통렬함을 한층 더하는,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감독 다니엘레 톰슨 / 2015년

화가 폴 세잔과 작가 에밀 졸라, 두 예술가의 삶을 중심으로 우정의 난해함을 조망하는 영화다. 오래도록 무명 생활을 거친 세잔과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에밀 졸라의 관계는 우정이란 몇 마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미묘하다. 서로의 재능을 동경하면서도 냉혹한 조언을 서슴지 않던 두 사람의 관계는 에밀 졸라가 먼저 명성을 얻으면서 금이 가기 시작한다. <라 붐> <여왕 마고>의 시나리오작가 다니엘레 톰슨이 15년간 공을 들인 작품으로 실존 인물에 대한 풍성한 해석과 우정에 관한 다층적인 이야기가 돋보인다. 19세기 남부 프랑스의 풍광을 재현한 유려한 화면과 철저한 고증을 거친 장면들은 눈을 즐겁게 하는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터너티>

<이터너티>

감독 트란 안 훙 / 2016년

트란 안 훙 감독의 신작 <이터너티>는 3대에 걸친 세 여인의 삶과 운명을 그려낸 장대한 서사다. 제목에 걸맞게 한 부르주아 가문을 배경으로 19세기 초부터 20세기까지 100여년의 세월을 면면히 그려낸다. 오드리 토투, 멜라니 로랑, 베레니스 베조 순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3인의 여배우가 시대별 여인들을 연기한다. 엄마와 딸 사이의 끈끈한 연대는 물론 사랑에 빠진 순간, 뒤이어 찾아올 고독과 환희까지 몽환적인 화면 위로 펼쳐진다. 서정적인 음악과 내레이션을 통해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살고 교감하고 사랑하는 생의 다양한 순간들을 담아낸, 한곡의 클래식 같은 영화다. 우아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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