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어머니가 돌아왔다. <줄리에타>
2016-11-16
글 : 이화정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내가 사는 피부>(2011)는 기막힌 이야깃거리를 잔뜩 안은 아들이 집 나간 지 12년 만에 엄마에게로 돌아오면서 끝났다. <줄리에타>는 정확히 반대의 구성이다. 노년 여성 줄리에타(에마 수아레스)가 12년 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딸 안티아를 향해 그간 꽁꽁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편지로 전하며 시작된다. 20대의 도발적인 여성 줄리에타가 우연히 매력적인 남자 소안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안티아를 출산하고 가족을 이루게 되지만,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소안의 죽음에는 무슨 일이 있었고, 안티아는 왜 집을 나간 걸까. 줄리에타는 그 사정을 한줄 한줄 편지로 써내려간다.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 <떠남>에 수록된 세 작품(<우연> <머지않아> <침묵>)을 재구성한 영화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내가 사는 피부>에서 이 책을 소품으로 사용할 정도로 원작에 빠져 있었다. 원작의 배경인 캐나다를 스페인으로 옮겨오면서 알모도바르적인 뜨겁고 원초적인 감정의 색채가 가미됐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뒤틀린 모녀 관계의 시작점에서 여성을 향한 오랜 편견의 시선을 찾아낸다. 영화 초반, 기차 창밖으로 달리는 사슴을 ‘봤다’, ‘못 봤다’고 다르게 증언하는 사람들처럼,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여성을 재단하고 추궁한다. 줄리에타는 늘 자신을 따라다니던 그 불쾌한 시선 속에서 죄책감과 속죄의 세월을 견뎌내지만, 스스로의 결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여기까지 온다. 영화에서 줄리에타는 젊은 시절부터 노년의 모습까지 등장하는데, 20대부터 40대까지의 줄리에타를 연기한 아드리아나 우가르테는 이 작품을 통해 주목할 만한 스페인의 배우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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