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하실 겁니까? 그리고 받고 있는 제보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1079호 배우 이영진·김꽃비, 남순아 감독, 안보영 PD의 대담을 포함한 ‘#영화계_내_성폭력’ 특집을 시작으로 1080호의 이미연·부지영·홍지영·박현진 감독 등 여성감독들의 대담에 이어 이번 1081호에서는 이주연·이지혜·이채현·조우리 등 수입·배급·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영화인들의 대담을 세 번째로 실었다. 물론 앞으로도 대담은 계속될 것이고 제보 또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먼저 대담의 경우, 거의 모든 성폭력 사건이 ‘단 한명의 창작자’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문단 내 성폭력과 달리 영화계는 수십명의 창작자와 준창작자들이 모여 오랜 기간 맞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공동작업의 특성상 얘기를 들어야 할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언제까지라고 정해둔 것 없이 그냥 ‘일단 쭉 해보자’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고, 물론 더 만날 생각이다. 어쨌건 이것은 취재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과 별개로 섭외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화정, 이예지 기자가 매주 고생하고 있기에 특별히 감사의 얘기를 건네고 싶다. 회의를 하면서 ‘아마 그분은 대담 자리에 꼭 나와주실 거야’라는 생각으로 1차로 명단을 추리고 연락을 돌려도 5명 중 1명꼴로 섭외에 응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지난 몇주간 주말마다 기자들과 끝없이 섭외에 관한 통화를 해야 했다. 물론 스케줄의 문제도 있을뿐더러 참여하고 하지 않고는 개인의 자유이기에 섭외에 응하지 않은 분들에 대해 무턱대고 섭섭하다 말할 순 없지만, 두 기자 모두 섭외 과정에서 많은 경우 ‘애써 모른 척’을 가장한 어떤 ‘벽’이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물론 거기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이번호 대담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했듯이, 그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문제 없이 넘어가게 만드는 것’이 감독이나 스탭 혹은 마케터들의 ‘능력’으로 치환된다는 사실에 도취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나나 기자들을 포함해 다들 그동안 그저 ‘가만히 있었다’는 사실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보의 경우, 무엇보다 용기 내어 연락을 취해준 분들에게 일단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이나 아이디가 드러날까봐 일부러 새로운 이메일을 만들어 연락해주신 분도 많았다. 그처럼 수고스럽게 연락해준 것부터가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하나같이 읽기가 힘들 정도로 화나는 사례들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제보자들 몇분의 메일에서 ‘마치 자기(가해자)가 홍상수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알더라’라는 말이 공통적으로 발견되어 놀랐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하지만 ‘입증’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상업영화계만큼이나 독립영화계의 사례들이 상당했다. 이번호 대담에서 조우리씨가 지적했듯이 ‘힘들게 작업하고 있다’는 것이 어떤 면죄부가 되어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 지난 대담에서 싣지 못한 얘기 중에는 ‘상업영화계 남성 영화인들이 룸살롱에서 뭉칠 때, 독립영화계 남성 영화인들은 규모에 맞게 대딸방에서 뭉친다’는 얘기도 있었다. 실로 끔찍했다. 끝으로, 역시 조우리씨가 지적했듯이 영화제 내 자원활동가들이 겪는 사례들도 상당했다. 말하자면 그야말로 ‘만연’해 있었다. 이상 경과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알려드렸다. 대담과 취재 모두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