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가려진 시간> VFX 슈퍼바이저 박민용
2016-11-24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백종헌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은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가들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킬 만한 영화다. 모든 것이 정지된 세계, 그리고 그 세계 속을 배회하는 아이들. 이건 한국영화, 혹은 외화까지 범주를 넓히더라도 쉽게 볼 수 있는 설정과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려진 시간>의 VFX 슈퍼바이저를 맡은이는 특수효과 전문회사 매크로그래프의 박민용 실장이다. 그의 2016년은 <가려진 시간>과 함께 흘러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천컷이 훌쩍 넘는 이 영화의 CG컷을 완성하기 위해 박민용 실장과 더불어 매크로그래프 직원 30여명이 5개월 동안 프로젝트에 매진했다고 한다. “강릉 시가지에서 촬영했는데 겨울이라 나뭇잎이 다 떨어져 있었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웃음) 그 나뭇잎을 여름 버전으로 일일이 다 채우고 멈춰 있는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보정하는, 그런 작업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존에 했던 다른 작품들과 이 영화의 가장 다른 점은 등장인물의 감정선, 또는 이 영화의 서정성을 CG로 표현해야 한다는 거였다.” 특히 정지된 시간에서 눈물이 결정체로 맺혀 있는 장면이나 바다에 빠진 채 물속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인물을 조명한 장면의 경우 참고할 영화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정지된 시간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 <캐쉬백>과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보긴 했지만, 결국 <가려진 시간>의 CG는 전적으로 엄태화 감독과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비롯된 결과물이라고 박민용 실장은 말했다.

인사이트 비주얼과 에이지웍스,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를 거쳐 매크로그래프의 일원이 된 박민용 실장은 국내의 주요 VFX 전문업체를 두루 경험한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영화의 시각특수효과 업무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다소 엉뚱한(?) 사연이 있다. “원래 전공이 상경계열이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하기 전 잠시 쉬고 있는데, 어머니가 ‘노느니 컴퓨터나 배우라’고 하시는 거다. 그래서 컴퓨터 학원에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그 학원이 국내에 세곳밖에 없는 그래픽 전문학원이었다. (웃음) 포토숍을 엑셀과 헷갈릴 만큼 컴맹이었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는 <태극기 휘날리며>(그가 CG에 참여한 첫 한국영화이기도 하다)와 <전우치>, 지난 2010년 제4회 아시안필름어워즈에서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박쥐>를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최근에는 중국 박스오피스 기록을 다시 쓴 주성치의 <미인어> 등 중국 대작영화의 시각효과를 맡기도 했다. 차기작은 SF블록버스터 중국영화 <삼체>다. 휴고상을 수상한 동명 원작의 이야기에 그가 덧입힐 시각적 상상력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까.

그린스크린을 품고

“열두자짜리 그린스크린을 현장에 나갈 때마다 휴대하고 다닌다. 아마 현장에 나가는 거의 모든 VFX 슈퍼바이저들이 그럴 거다. 현장 상황이 유동적이다보니 불가피하게 CG 촬영을 추가로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배경과 인물을 분리하려면 항상 그린스크린을 휴대하고 있어야 한다. 천만 접어가지고 현장에 가서 필요할 때 조명팀에게 스탠드를 빌려 묶어서 사용한다. 현장에서 추울 때 이불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웃음)”

VFX 슈퍼바이저 2016 <가려진 시간> 2015 <퇴마: 무녀굴> 2013 <만신> 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2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2012 <간첩> 시각효과팀 2016 <삼체> 2016 <미인어> 2014 <우는 남자> 2014 <4등> 2013 <감기> 2013 <설국열차> 2012 <베를린> 2011 <하울링> 2009 <마더> 2009 <전우치> 2009 <박쥐> 2007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5 <청연> 2005 <태풍> 2004 <아라한 장풍대작전> 2004 <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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