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형과 약삭빠르고 철없는 동생 <작은형>
2016-11-30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부동산 사기로 옥살이를 마치고 나온 동현(전석호)은 새 삶을 꿈꿔볼 새도 없이 빚 독촉에 시달린다. 그가 일주일 내로 갚아야 하는 돈은 1억2천만원. 채권자의 요구대로 신장 한쪽을 떼어주고 절반을 탕감받는다 해도 6천만원이 남는다. 동현은 연락을 끊고 살던 작은형 동근(진용욱)을 떠올린다. 지적장애를 가진 형은 같은 장애를 가진 재진(이혁), 앞을 보지 못하는 선우(이정주)와 함께 지낸다. 10년 넘게 착실히 일해온 셋은 월급을 꼬박 모아둔 턱에 든든한 목돈을 갖고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동현은 셋의 환심을 사 돈을 뜯어내려 한다. 하지만 이들 앞엔 사회복지사 은아가 버티고 있다. 동근과 사랑하는 사이인 은아는 동현을 경계하고, 동현 또한 형에 대한 은아의 진심을 의심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형과 약삭빠르고 철없는 동생. 익숙한 설정에서 예상할 수 있듯, <작은형>은 형을 이용하려던 사기꾼 동생이 형의 진심을 깨닫고 개과천선하는 이야기다. 장애, 전과 기록 등 다섯명의 인물을 옭아매는 편견들은 서로를 향한 갈등과 반목으로 이어지지만, 이들 모두 진심을 매개로 화해한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다섯 캐릭터 모두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지만 특히 세명의 장애인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이들은 독립적이고 능동적으로 각자의 몫을 살아나가는 인물들로, 취향이나 성격 또한 뚜렷한 편이다. 다만 인물들의 개성은 끝까지 견지되지 못하고 결국 선량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뭉뚱그려져 아쉬움을 남긴다. 동근과 은아가 감정을 쌓아가는 부분을 비롯해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부분이 충분히 묘사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개연성을 잃지 않고 착실하게 인물간의 관계를 엮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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