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속는 사람이 패배자 <원피스 필름 골드>
2016-12-07
글 : 김수빈 (객원기자)

그랑 테소로는 거대한 황금 선박이자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도시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카지노와 하늘 높이 치솟은 공연장은 도시의 랜드마크. 선박 입구에는 황금비가 쏟아진다. 여기엔 그랑 테소로를 지배하는 길드 테소로(야마지 가즈히로)의 계략이 숨어 있다. 모든 방문객의 피부에 금가루를 새겨 황금으로 이들을 조종하려는 것이다. 우연히 도시에 들어선 밀짚모자 해적단은 테소로 일당의 술수에 휘말려 카지노에서 파산한다. 그 와중에 인질로 잡힌 조로(나카이 가즈야)는 다음 날이면 동상으로 굳어버릴 처지에 놓인다. 밀짚모자 해적단은 수수께끼 같은 여인 카리나의 도움으로 테소로의 금고를 털기로 한다.

열세 번째 <원피스> 극장판은 물질주의와 그 정점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은유로 가득하다. 영화의 도입부터 금빛으로 뒤덮인 공간 곳곳을 훑고 화려한 공연들을 선보이며 영화의 컨셉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어서 해적단 한명 한명의 개인기를 소개하며 시리즈에 낯선 관객의 진입 장벽을 허문다. “속는 사람이 패배자”라는 말처럼 서로 속고 속이는 케이퍼 무비의 재미들이 영화 곳곳에 알차게 들어서 있다. “주사위 게임의 딜러이자 마조히스트로 상대의 타격에 희열을 느끼는 다이스, 상대방의 운을 빼앗는 능력을 보유한 VIP 접대 담당 바카라 등 악당 캐릭터들의 개성이 눈에 띈다. 끈기와 기개, 무모한 자신감, 끈끈한 동료애로 똘똘 뭉친 루피(다나카 마유미)는 황금을 지배하는 테소로에게도 역시나 굽힘이 없다. 시리즈 특유의 쾌활과 당찬 느낌이 생생히 살아 있는 작품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