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현재의 내가 그때의 나를 만나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016-12-14
글 : 이화정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수현(김윤석)은 선행에 대한 답례로 한 노인으로부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다. 어느 시점으로 갈지는 수현의 마음이다. 수현이 떠올린 과거는 첫사랑 연아(채서진)와 나누었던 소중한 시간이다. 그곳에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연아와 30년 전의 젊고 치기 어렸던 또 하나의 자신인 수현(변요한)이 있다. 수현은 사고로 잃게 된 소중한 연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알약을 하나씩 사용하기 시작한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다면 기욤 뮈소의 베스트셀러 소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분명 탐낼 만한 원작이다. 현재의 내가 과거로 가는 설정은 많지만 이렇게 서로가 동일인임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충돌하고 대립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30년 시간 차를 둔 두 수현의 논쟁으로 수현의 미래는 영향을 받는다. 수현은 20대 딸을 둔 외과외사이지만, 30대의 젊은 수현보다 나아진 것은 없다. 그가 과거의 ‘나’를 무조건 ‘후회’하지도 못하고 ‘꾸짖을 수도’ 없는 이유다. 사랑하는 이를 구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멜로보다는 드라마에 방점이 더 찍혀 있다. 수현은 지나간 과거를 돌리고 싶지만 딸이 있는 현재의 가정을 지켜야 하는 모순에 처한다.

<결혼전야>(2013) 등 멜로영화를 꾸준히 연출해온 홍지영 감독의 작품이다. 원작의 플로리다와 샌프란시스코가 서울과 부산으로 바뀌거나, 연아의 직업이 수의사에서 조련사로 바뀌는 등 작은 변화도 있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은 전반적으로 원작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설득력을 갖거나 아귀를 맞추기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설명이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 수현이 관계 맺는 대상이 과거/미래의 자신, 연인, 친구 등으로 확장될 때 각각의 관계가 일으키는 케미스트리도 다소 편차가 있다. 하지만 하나의 수현을 두 배우가 연기하고 만나는 점, 현재와 20대의 수현이 살고 있는 1985년을 동시에 구현한 점 등 영화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가 주는 볼거리 측면에서 호기심과 긴장감을 가지고 따라갈 통로를 만들어준다. 밥 딜런, 존 레넌, 김현식 등 복고적인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 O.S.T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