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불안과 질투, 시기로 가득한 거장들의 젊은 시절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2016-12-14
글 : 송경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세잔(기욤 갈리엔)과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에밀(기욤 카네)은 어린 시절부터 우정을 나눈다. 서로의 재능을 알아본 두 사람은 상대를 존중하며 서로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쓴다. 청년이 된 두 사람은 파리에 진출해 각각 화가와 작가의 길로 들어서지만 데뷔와 동시에 주목받는 에밀에 비해 세잔은 세간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세잔의 좌절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의 우정에도 피할 수 없는 균열이 인다.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프랑스의 문호 에밀 졸라와 후기인상주의의 대가 폴 세잔의 우정을 중심으로 예술가의 고뇌를 다룬다. 위인들의 삶은 그들의 업적에 가려지기 쉬운데 영화는 바로 여기에 집중한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거장들의 젊은 시절은 불안, 질투와 시기 등 인간적인 감정들로 가득하다. 젊은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다가 점차 하강곡선을 그리는 에밀 졸라와 말년에야 빛을 본 폴 세잔의 삶이 교차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측면이 있다.

서로 다른 전성기를 맞이한 두 예술가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정이란 정형화된 단어 안에 담기지 않는다. 다니엘르 톰슨 감독이 포착한 이러한 교차점은 상당히 결이 깊지만 기억을 뒤섞듯 시간을 넘나드는 구성이 효과적이었는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반면 당대 파리를 재현한 영화미술은 완성도가 높고 상당히 꼼꼼하다. 인물의 감정과 상태까지 반영해 한폭의 정물화를 보는 듯하다. 무엇보다 두 주연배우인 기욤 카네와 기욤 갈리엔의 안정된 연기가 화면을 완벽하게 장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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