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과감하고 능동적인 - <판도라> 김주현
2016-12-16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판도라>의 연주(김주현)는 원자력발전소 직원인 남자친구 재혁(김남길)과의 소박하지만 단란한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노후된 원전이 폭발하면서 평화롭던 마을은 난장판이 되고, 연주는 발전소 안에 갇힌 재혁을 대신해 재혁의 가족을 챙겨 피난길에 나선다. 가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연주는 재혁의 노모, 형수, 조카를 살뜰히 보살피는 동시에 사고 현장 상황에 깜깜한 다른 주민들에겐 사실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연주는 과감하고 능동적인, <판도라> 속 또 한명의 영웅이다. 연주를 연기한 김주현을 만났다.

-연주는 <판도라>에서 가장 많이 뛰어다닌 캐릭터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이렇게 긴 호흡으로 큰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라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다. 몸이 힘든 건, 촬영 마치고 집에서 쉴 때 후유증이 와서 알겠더라.

-<판도라>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모던파머>에 같이 출연한 이하늬 선배가 박정우 감독님에게 날 소개해주셨다. (이하늬는 박정우 감독의 전작 <연가시>에 출연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미팅을 했는데 감독님이 원한 거친 느낌의 연주에 비해 내가 너무 가녀려 보였다 하시더라.

-시나리오를 보고 떠올린 연주는 어떤 인물이었나.

=나는 연주가 그냥 거친 애가 아니라 아픔을 감추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판도라>에서는 주어진 모든 것이 무너진다. 연주를 연기할 때도 ‘무너지면 안 돼, 버텨야 해’라고 항상 되뇌면서 찍었다. 연주는 재혁한테도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재혁도 재난이 벌어졌을 때 어머니나 형수가 아닌 연주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 아닐까.

-관광버스 운전을 위해 1종 대형면허를 따고, 경상도 사투리도 공부했다고.

=속도감 있게 차를 몰거나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장면을 제외하고 다른 장면들은 직접 버스를 몰았다. 경상도 사투리를 배울 때가 <모던파머>에서 연변에서 온 불법 체류자 역할을 맡아 연변 사투리를 연습할 때라 말이 섞여서 익히는 게 힘들었다. 토박이처럼 보이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현장에서 또 새롭게 배운 건 뭐가 있나.

=연기하고 있는 배우의 공간 외에 다른 공간의 존재를 잘 몰랐다. 카메라 돌고, 조명 들고, 편집을 하는 스탭의 영역이 있더라. 배우는 그 안에서 엄청난 책임감을 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선배님들이 연기 외적인 말씀들을 나누는 걸 들으면서 배우가 고려할 게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연기 자체도 너무 어려워서 집에 돌아와 혼자 반성한 날도 많았다.

-<기담>(2007)의 아오이 역으로 데뷔했다.

=대학에 입학해 찍은 작품이다. 고등학생일 때, 배우가 꿈이었던 친구 따라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연기를 시작했다. 막상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해보니 할수록 어려운 게 연기더라. 졸업할 즈음 친구들이 일반 회사에 취업해서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혼란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 연기 안 할 생각을 하니 너무 안타깝고 슬펐기에 계속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친구들은 내 처지를 더 안타까워하지만. (웃음)

-배우로서 자신을 단련하기 위한 습관이 있다면.

=배우 선배들의 인터뷰를 많이 찾아 읽는다. (인터뷰를 진행한 <씨네21> 스튜디오 벽에 걸려 있는) 하정우 선배님 사진을 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배우는 감독과 현장에 맞춰서 일하고 움직이는 사람이라 능동적으로만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혼자 그림을 그리는 건 나만의 예술이다. 연기하는 동안 해소하지 못한 걸 해소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판도라>를 하고 나선 몸 연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알았다. (문)정희 언니가 춤도 잘 추시고 운동도 즐기시는데 그 모습을 본받아 무슨 운동을 해볼까 고민 중이다.

영화 2016 <판도라> 2008 <그녀는 예뻤다> 2007 <기담> 드라마 2014 <모던파머> 2013 <드라마 페스티벌-상놈 탈출기> 2012 <TV소설 사랑아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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