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미씽: 사라진 여자> 김정원 의상감독
2016-12-22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아이가, 보모 한매(공효진)와 함께 사라졌다. 하루 종일 일에 치이다 집에 돌아온 엄마 지선(엄지원)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그길로 아이를 찾아 나선다. 김정원 의상감독은 <미씽: 사라진 여자>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지선, 한매 두 여성의 처지가 남일 같지 않았다. “주변의 많은 워킹맘들이 영화를 보면 섬뜩할 거다. 아이를 맡기고 일할 때마다 엄마들이 느끼는 부담과 두려움 같은 게 있잖나. 여성으로서 최악의 상황들을 겪어야 하는 한매를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 눈에 띄는 건 지선이 업무를 위해 차려입은 원피스다. 아이를 찾을 때도 지선은 계속 이 옷 차림이다. “(엄)지원씨가 적극적으로 원피스로 가자고 했고 나도 찬성했다. 아이 잃은 엄마가 옷 갈아입을 시간이 어딨나. 일부 남성 스탭들은 ‘이 상황에 웬 원피스?’냐며 이해를 못하더라.” 한매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와 보모가 되기까지의 사연이 밝혀질 때마다 옷에 변화를 줬다. “보모로 지선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한매에게는 낡은, 제 옷이 아닌 듯한 커다란 점퍼 등을 입게 했다. 베이비오일 등을 옷에 발라 ‘간지’를 한껏 냈더니 (공)효진씨가 ‘이런 건 다 어디서 구해오는 거냐’며 신기해하더라.”

<미인>(2000)으로 일을 시작한 만큼 김정원 의상감독의 경력은 상당하나 여성감독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언희 감독님, 주연배우들뿐 아니라 현장 스탭들까지도 여성이 많았다. 여성 스탭들은 워킹맘 지선이나 한매의 아픔을 말로 하지 않아도 이해했다. 반면 남성 스탭들 중엔 ‘(아이를 두고 일하러간) 지선은 나쁜 엄마, 한매야말로 진정한 엄마’라고 하더라. 생각지도 못한 이 인식 차에 놀랐다.” 김정원 의상감독은 지금껏 도제 시스템 밖에서 홀로 분투하며 일을 해왔다. “영국에서 패션 전공을 할 때 우연히 칸국제영화제에 가서 강제규 감독님을 뵀다. 한국에 돌아가면 영화 의상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강제규필름이 제작하는 <오버 더 레인보우>를 하게 된 거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민복 제작에 참여하며 연을 이었다.”

그에게 ‘장’(長)은 없었지만 대신 신보경 미술감독이 있었다. “신 미술감독님이 보편성을 고려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예컨대 ‘초등학교 선생님이 이런 옷도 입을 수 있지!’라고 먼저 생각할 게 아니라 ‘초등학교 선생님 하면 사람들은 어떤 스타일을 먼저 떠올릴까’부터 생각하라는 말씀이었다.” 김정원 의상감독은 “눈에 확 띄기보단 리얼리티를 살린 의상”을 지향한다. 물론 새로운 시도도 바란다. “사극을 해보고 싶다. 혼자 공부를 꾸준히 해보니 나만의 사극 의상, 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상 수정에 꼭 필요한 박스

“촬영장에서 이 박스가 있어야만 내 마음에 안정이!” 실, 바늘은 물론이고 옷핀, 와이어 등 의상 수선에 필요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들이 여기 다 있다. 김정원 의상감독에게는 일종의 ‘의상용 119 구급약통’인 셈.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바로바로 의상 수정을 해야 할 땐, 이 박스 하나면 웬만한 건 다 해결이 된다.

filmography 2016 <미씽: 사라진 여자> 2015 <로봇, 소리> 2014 <오늘의 연애> 2013 <고령화가족> 2011 <마이웨이> 2010 <무적자> 2009 <해운대> 2008 <크로싱> 2007 <즐거운 인생> 2006 <흡혈형사 나도열> 2003 <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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