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마스터> 오현암 제작실장
2016-12-29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마스터>의 전반부는 서울을 무대로, 후반부는 필리핀 마닐라를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지 멋진 ‘그림’을 건지기 위한 로케이션이 아니었다. 예산과 일정과 장소 헌팅 등의 임무를 담당하는 제작부로선 <마스터>가 산 넘어 산인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었다. 백지선 프로듀서와 <좋은 친구들>을 함께한 인연으로 <마스터>에 합류한 오현암 제작실장 역시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현장을 굴러가게 만드는 해결사가 돼야 했다.

<마스터>팀은 2016년 6월 한달을 필리핀에서 보냈다. 필리핀에서는 본 촬영이 24회차, 추가 촬영이 2회차 진행됐다. 필리핀 로케이션은 날씨와의 싸움, 그로 인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최고로 더울 땐 45도. 우기여서 수시로 비가 왔고 배수 시설은 좋지 않았다. 오현암 제작실장을 특히 골치 아프게 만든 장면은 영화 후반부 사기꾼 진 회장(이병헌)과 형사 김재명(강동원)이 결전을 벌이는 마닐라 존스 브리지에서의 촬영이었다. “다리를 전면 통제하고 진행하는 촬영이라 주말 이틀의 시간을 허가받았는데 비가 와서 이틀 모두 촬영을 허탕쳤다. 결국 일주일을 미뤄야 했다. 필리핀쪽에 다시 촬영 허가를 구했고 배우들의 일정도 새로 조정해야 했다.” 마닐라의 뒷골목을 훑고 지나가는 카체이싱 장면에선 오현암 제작실장의 판단력이 적중했다. “한국에서도 어려운 카체이싱 촬영이 외국에서 쉽겠냐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필리핀까지 갔는데 끝장을 보고 와야지, 라는 심정으로 준비했다.” 제작진은 골목과 대로변 등 여러 공간을 물망에 올려두고 회의를 했다. 오현암 제작실장은 북적북적한 도심 뒷골목 카체이싱을 주장했다. 대로변 카체이싱은 다수의 인력과 차량 동원이 요구됐고 동선도 방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뒷골목 카체이싱은 현지 주민들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했고 주민들의 안전을 확실히 챙겨야 했다. 오현암 제작실장은 골목에서의 카체이싱이 “마닐라의 색깔”을 보여주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그의 의견이 관철됐다. 사실 이 얘기를 오현암 제작실장은 “우리의 선택”이라고만 했지 본인의 의견이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조의석 감독에게 전화가 와서야 마닐라 골목 카체이싱을 주장한 게 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현암 제작실장은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20살에 육지에 있는 대학의 영상연출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뒤 “영화 전체 그림을 조망할 수 있을 줄 알고” <아랑> 미술팀에 참여한 것이 첫 영화 현장 경험이었다. 이후 <용서는 없다> <용의자>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등 제작부에서 경험을 쌓았다. 언젠가 동심이 담긴 영화들을 기획·제작하고 싶은 게 꿈이고, “영화적 정체성이 형성되기 전의 꼬맹이들에게 영화를 가르치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휴대폰 메모장

사람과 살림을 챙겨야 하는 프로듀서, 제작팀에겐 기본적으로 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선 잘 듣는 귀와 잘 말하는 입이 필요하다. 소통 과정에서 오현암 제작실장은 “텍스트”를 적극 활용한다고 했다. “전달 사항이나 얘기할 거리가 있으면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한 다음 텍스트 형태로 사람들에게 내용을 우선 공유한다. 말로 전달하는 것과 텍스트를 바탕으로 얘기를 전달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filmography 2016 <마스터> 제작실장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제작실장 2014 <좋은 친구들> 제작부장 2013 <용의자> 제작부장 2012 <577 프로젝트> 제작팀장 2011 <마이웨이> 제작팀 2009 <용서는 없다> 제작팀 2007 <최강 로맨스> 제작팀 2006 <아랑>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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