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교사 효주(김하늘)는 다음 정교사 채용순서만 기다리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사장의 딸 혜영(유인영)이 정교사로 채용되면서 그녀는 밀려나고, 효주는 학교 후배라며 살갑게 구는 혜영이 불편하고 거슬리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효주는 자신이 임시 담임을 맡은 반의 무용특기생 재하(이원근)와 혜영의 정사를 목격한다. 효주는 관계를 정리하라며 혜영의 목을 죄는 한편, 재하에겐 무용 학원을 지원해주며 접근한다. 효주는 이길 수 있는 패를 쥔 듯 들뜨지만 이면엔 또 다른 진실이 도사리고 있고, 셋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왜 너는 되고 나는 안 돼? 이 사회를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마음속에 한번쯤은 품게 되는 질문 하나. 이것은 <여교사>의 효주를 사로잡고 파국으로 몰고 가는 의문이기도 하다. 태생부터 모든 것을 가진 자는 악할 필요조차 없이 여유롭지만, 그에게 남은 자존감마저 빼앗겨야 하는 자는 증오와 질투에 눈이 멀게 되므로. <여교사>는 계급의 벼랑 끝에 위치한 절박한 인물의 민낯을 파고들며 사회의 폐부를 들춰내는 영화다. 삼각 구도 속에서 촘촘히 쌓이는 서스펜스는 숨을 죄어오고 파국의 드라마는 강렬하다. 두 여성이 한 소년을 두고 벌이는 이야기로, 우리가 익히 아는 롤리타 구조를 뒤집고 여성이 욕망의 주체로 나섰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성 반전은 흥미롭지만 질투심에 사로잡힌 여성이 여성을 파멸시키는 서사는 다소 전형적인 차원에 그친다. 혜영이 효주의 시선에서 대상화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가해자가 아닌 시스템의 수혜자일 뿐인 혜영에게만 향하는 맹렬한 증오는 시스템의 문제를 자칫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킬 수 있는 맹점 또한 있다. 그러나 영화는 관객이 효주에게 온전히 이입할 수 없도록 거리감을 두며 흔한 선악 구도를 탈피하고, 경계의 태도를 견지한다. 클라이맥스는 불편함을 주면서도, 계급의 끝에 위치한 이가 줄 수 있는 것은 이런 물리적인 방식의 파멸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함 또한 안긴다. 사회안전망 안에 편입하려고 발버둥치는 소년의 이야기인 <거인>을 연출하며 계급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김태용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