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김태리)의 입은 굳게 닫혀 있다. 그녀가 말을 할 수 없기에 마음의 빗장이 닫힌 건지 그 반대인지는 알 수 없다. 그녀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다. 주로 지하철역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매번 술에 전 아버지가 모진 욕과 폭언을 퍼붓는 그녀의 집은 지옥 같다. 그날 문영은 폭언을 견디지 못하고 도로 집을 나와버린다. 무작정 길을 걷다가 소란한 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한 여자(정현)가 대문 앞에서 누군가를 부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 아마도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앙금이 남은 모양이다. 문영은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가 여자에게 발각되고 만다.
영화는 두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자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다. 첫 번째 지하철 장면에서 한 중년 여성은 문영이 언어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녀를 버릇없는 학생으로 판단해버린다. 감독은 관객 역시 이런 편견에 빠지도록 만들었다가 나중에 정보를 주는 방식으로 극을 전개한다. 조악한 화질로 찍힌 지하철 푸티지 속에는 중년 여성의 얼굴이 유난히 많은데, 그 이유는 문영의 모친과 관련된 사연이 제시된 이후에야 드러난다. 희수가 문영으로부터 말과 글을 끌어내는 산파 노릇을 함을 드러내는 장치였겠으나, 중요한 정보가 매번 직접 제시되다 보니 영화적인 맥이 끊어지기도 한다. 문영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구현하는 듯하지만, 오히려 영화가 문영의 얼굴에 많은 부분 빚을 지고 있다. 영화제에서 단편으로 소개된 작품을 장편 버전으로 확대, 개봉한 것으로 <너는 거지란다>(2010) 등 두편의 단편을 발표한 김소연 감독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