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큰 축을 차지하는 두 주연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에마 스톤이 서로 다른 성향을 띠며, 뮤지컬곡들과 재즈가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가 다시 만나는 호흡도 극중 상황과 맞물려 부드럽게 돌아간다. 에마 스톤이 부르는 <Auditon(The Fools Who Dream)>은 그가 처한 현실과 미래의 꿈을 절묘하게 묘사하는 솔로 넘버다. 로스앤젤레스라는 배경을 마치 현실과 비일상의 경계로 보이도록 탁월하게 살린 영상미는 라이언 고슬링이 부른 <City of Stars>와 잘 들어맞는다. 본격적이라기엔 부족해도, ‘재즈’가 지닌 시대의 향수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남자주인공의 열정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때마침 배경에 깔리는 연주곡 <Summer Montage/Madeline>도 화려한 계절의 햇살이 느껴질 만큼 훌륭하다.
칭찬만 구구절절 늘어놨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뮤지컬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편협하고 사소한 몇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들추면, 진지하게 이야기하다 갑자기 노래로 바뀌고, 다시 천연덕스럽게 정극 연기를 펼치는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탓이었다. <라라랜드>는 그 이야기만으로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연말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사랑 이야기를 생각해보시라- 어쩐지 마음을 치는 울림이 있었다. ‘별이 많은 도시’가 주는 상징성과 선남선녀 주인공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작부터 비현실적으로 느껴질지언정, 둘이 만났다가 진전하고 다시 소홀해졌다가 봉합하며, 다시금 대단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더 어린 시절 연애를 했던, 내가 기억했던 나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공감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